국과수 감정 건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5년간 감정 396건 중 진짜 급발진은 '0건'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던 급발진 관련 사고 감정이 올해 들어 뚜렷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들이 사고 원인을 무작정 차량 결함으로 돌리기보다는, 자신의 실수 가능성도 수긍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해석될 수 있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정춘생 의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과수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 감정 건수는 40건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6건)보다 절반 이하로 감소한 수치다.
국과수 감정 건수는 2021년 51건, 2022년 67건, 2023년 105건으로 해마다 증가했고, 지난해엔 연간 133건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올해는 그 추세가 꺾이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몇 년간 급발진 논란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와 언론 보도가 누적되며, 페달 오조작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과수 관계자는 "2022년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며 감정 요청이 한동안 급증했지만, 이후 대부분이 운전자 과실로 판명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교통경찰 관계자도 "과거에는 사고 직후 무조건 차량 문제를 주장하던 운전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관련 정보가 널리 퍼지면서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과수가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5년간 감정한 총 396건 가운데, 진짜 급발진으로 결론 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중 340건(약 86%)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오조작'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차량이 크게 파손되거나 EDR(사고기록장치) 데이터가 없어 원인 분석이 불가능한 경우였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정부와 유관기관은 고령 운전자를 중심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도입도 본격화하고 있다. 해당 장치는 차량 전·후방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장애물을 감지하고, 가속 페달을 과도하게 밟더라도 차량의 돌발 출발을 막는 기능을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천안·정읍 지역 65세 이상 택시 기사 60명의 차량에 해당 장치를 설치해 시범 운영했다. 이 기간 3명의 운전자에게서 총 9건의 오조작이 발생했지만, 장치가 즉시 작동해 모두 사고를 방지했다.
성과를 확인한 공단은 올해 경찰청과 협약을 맺고, 시범 대상을 141명으로 확대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관련 분석 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