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일 전남도 대변인실 홍보지원담당관
인구 3만2,000여 전남의 작은 도시 강진군이 이재명 정부 초기 대한민국 관광 정책과 관련해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전남 강진군의 혁신적인 '강진 누구나 반값 여행' 정책이 대한민국 지역관광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지역 소비액의 절반(최대 20만원)을 지역화폐로 돌려받아 재소비를 유도하는 이 정책은, 불과 20여억 원의 예산으로 수백억 원대의 경제 유발효과를 창출하며 지방소멸 위기에 맞선 성공적인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단발적인 성공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관광 도시인 미국 미주리주 브랜슨(Branson)의 사례는 그래서 더욱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인구 약 1만 2,000여명의 작은 도시 브랜슨이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세계 라이브 뮤직의 수도'로 자리매김한 비결엔 민간 주도의 콘텐츠와 체류형 경제 시스템 구축이란 '패러다임' 전환이 있었다.
브랜슨은 인구 3만2,000여명의 강진군보다도 작은 도시이지만 관광의 질과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브랜슨 관광의 핵심은 100개가 넘는 라이브 쇼 극장, '실버 달러 시티' 같은 대형 테마파크, 그리고 '쇼보트 브랜슨 벨' 같은 고부가가치 엔터테인먼트 시설에 대한 민간 자본의 집중적인 투자에 있다. 관광 예산의 집행과 정책 주도 역시 브랜슨 상공회의소, 관광센터 등 민간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가 중심을 이룬다.
반면, 강진군은 다산초당, 영랑생가, 청자 등 역사·문화 자원과 '푸소(FU-SO)' 같은 농촌 체험에 강점을 두며, '반값 여행'이라는 정책적 인센티브로 관광객 유치를 견인했다. 즉, 정책 주도형 성공을 거두었으나, 브랜슨처럼 민간 주도의 대규모·고부가가치 콘텐츠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비교는 강진군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우선 강진군은 '반값 여행'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예산 조기 소진 문제가 발생하며 행정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빅데이터 기반의 관광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브랜슨의 할인 쿠폰처럼, 지자체의 예산 의존도를 줄이고 지역 경제 전체의 활력을 불어넣을 '강진 제휴 할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숙박, 식당, 체험 등 민간 사업체가 자발적으로 관광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군은 이를 플랫폼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민간 참여와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
두 번째로 브랜슨은 라이브 쇼와 디너 크루즈 등 야간 관광과 고가(高價)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소비를 극대화한다. 강진군도 단순한 '푸소' 체험을 넘어 체류의 질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영랑생가를 중심으로 한 문학 테마의 야간 상설 공연이나, 강진만을 활용한 고품격 미식(美食) 크루즈 개발 등, 지역 문화 자원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결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기존 숙박 시설을 워케이션(Work+Vacation) 특화 공간으로 조성해, 장기 체류하는 '생활인구'를 늘리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끝으로 브랜슨 관광 성공의 기저에는 민간 중심의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의 역량이 있었다. 강진군은 강진군문화관광재단을 중심으로 민간의 마케팅 및 투자 유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강·해·영(강진·해남·영암)' 프로젝트와 같은 광역 관광 연계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서울, 부산 등 광역 거점과의 시티투어 버스 노선을 상시 운영하여 지리적 접근성을 극복해야 한다.
강진군의 '반값 여행'은 꺼져가던 지방 소멸의 불씨를 되살리는 정책적 신의 한 수였다.
이제 강진군은 브랜슨이 그러했듯, 지역의 역사·문화 자산과 혁신적인 정책을 결합하여 '체류하며 소비하는 경제 시스템'을 완성해야 한다. '반값 여행'이 대한민국 관광 정책의 혁신 모델이 되었다면, 이제 '강진형 브랜슨 모델'은 대한민국 지역경제 활성화의 미래가 될 것이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