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 효과에 K뷰티 밸류에이션↑
"기술적 해자 대비 리스크 커" 과열 신중론도
산업구조 다변화…"성장 서사 극대화 필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뷰티'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뷰티 기업 가격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뷰티 산업이 가진 기술적 장벽 대비 지나친 가격 거품이 꼈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시장 초기의 과열은 자연스레 조정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K뷰티 '들썩'…에이피알 주가 급등에 비상장 밸류에이션↑
정권교체와 경기 둔화, 대외 불확실성 등 변수가 중첩되면서 국내 사모펀드운용사(PE)들은 다소 숨죽이며 신중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K뷰티' 시장에는 활기가 돈다. 특히 외국계 PE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다. 미국계 KKR은 최근 국내 화장품 용기 제조사 삼화를 7330억원(약 5억28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초 세계 최대 PE인 블랙스톤은 국내 1위 미용실 프랜차이즈 기업 '준오헤어'의 기업가치를 8000억원으로 책정하고 사들였다. 국내외 PE들이 'K뷰티' 열풍에 화장품·미용기기 기업을 넘어 미용실 업체까지도 처음으로 포트폴리오에 담은 것이다.
K뷰티의 몸값 상승에는 상장사 에이피알 의 주가 폭등이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기반 스킨케어로 주목받은 에이피알이 상장 직후 시가총액을 단기간에 수조 원대로 키우면서,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지난 2일 기준 에이피알 시총은 9조5448억원으로 국내 화장품 대장주였던 아모레퍼시픽 (7조1303억원)을 일찌감치 제쳤다.
이후 뷰티 업계 중견·인디 브랜드 오너들도 '우리도 싸게 팔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보다도 기업가치(EV)/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배수를 훨씬 많이 부르고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높이가 커 지금이 꼭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기술적 진입장벽 낮은데 빠르게 경쟁 과열" 신중론도
이미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국내 대형 PE들은 뷰티 업종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아예 뷰티 업종은 검토조차 안 하고 있다"며 "시장성은 인정하지만,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고, 빠르게 경쟁이 과열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화장품 산업은 주문자위탁생산(OEM)·제조업자생산(ODM) 기반이 발달해 있어, 원료와 제형 기술이 공개되는 순간 모방이 쉽다. 소비자 트렌드에 민감하고, 교체 주기도 짧아 투자 기간이 5~10년가량인 PE로선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이 같은 리스크는 과거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때 중국 시장을 장악했지만,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인 '궈차오(國潮)' 현상에 밀려 매출이 급감하며 고전했다. 단순 화장품이 아니라 브랜드와 미용기기, 뷰티 기반 헬스케어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국내 PE들이 여전히 경각심을 거두지 못하는 배경이다.
"K콘텐츠 열풍과 맞물린 성장 서사 극대화해야"
K콘텐츠 열풍과 맞물려 K뷰티의 외형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는 85억달러(약 11조9944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하며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102억달러로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또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이 같은 성장 서사를 더욱 극대화해야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제조→유통→브랜드'의 전통적 가치사슬에서 하나의 생애주기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조짐은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식 뷰티 관리'가 주목받으면서 스킨케어 제품과 함께 사용하는 미용기기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너뷰티, 헤어케어, 에스테틱, 맞춤형 뷰티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가 K뷰티의 영역으로 흡수되며 산업 전반의 포트폴리오가 다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양규 삼일PwC 파트너는 "K뷰티 가치사슬은 화장품 산업을 기반으로 제조·브랜드·유통 각 부문의 경쟁력이 인접 영역과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향후 투자 판단에 있어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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