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체 94%·수산화니켈 96% 중국 의존
일본·유럽 비중 한 자릿수…국산화 지연 우려
미래차 산업의 핵심 소재가 여전히 해외, 특히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차 배터리의 기초가 되는 이차전지 소재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오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공급망 불안과 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8일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요구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삼원계 양극활물질·전구체·수산화리튬·수산화니켈·흑연 등 핵심 소재의 대중(對中) 수입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자료는 품목별로 연도별 주요 수입국 비중을 보여주는데, 대부분 중국이 절대적 위치를 차지했다.
삼원계 양극활물질은 배터리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그러나 수입 구조는 중국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 2020년 수입량의 73.4%가 중국산이었으며, 2022년에는 86.6%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도 82.8%가 중국산이었고 올해 역시 75.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2020년 17.3%였던 점유율이 올해 9.6%로 줄었고, 헝가리와 미국 등이 소규모로 공급했지만 구조적 편중을 바꾸지 못했다.
전구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20년 중국 비중이 89.1%였는데, 2023년에는 96.5%까지 치솟았다. 올해도 94.1%를 기록하며 사실상 중국에 전량을 의존하는 모습이다. 일본과 핀란드가 각각 2~3%를 담당하고 있지만 전체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수준이다.
수산화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양극재로 쓰이는 필수 소재다. 2024년 기준 중국 비중이 82.7%에 달했다. 칠레가 13.2%, 미국이 2.1%를 차지했지만 역시 보조적 공급에 머물렀다. 과거 러시아가 4~5%를 공급했지만 최근 들어 비중이 거의 사라졌다.
수산화니켈은 더욱 편중이 심하다. 2021년까지만 해도 캐나다(24.2%), 태국(14.9%) 등 다양한 수입처가 있었지만, 이후 중국이 다시 장악했다. 2022년 이후 중국 점유율은 99%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99.6%, 올해도 96.4%였다. 특정 국가가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다.
산화코발트는 중국 비중이 2020년 88.5%에서 다소 줄었으나 올해도 여전히 75.8%다. 벨기에와 핀란드가 일부 공급했지만 5~17% 수준에 불과하다. 이산화망간은 일본과 남아공 비중이 늘면서 중국 점유율이 60~70%대로 다소 낮아졌으나 여전히 중국 중심 구조다.
흑연은 편중이 극단적이다. 천연흑연은 최근 5년 내내 95% 이상이 중국산이었고 올해는 97.6%에 달했다. 인조흑연도 2020년 89.4%에서 올해 98.8%까지 높아졌다. 스위스, 일본, 캐나다 등이 일부 공급했지만 시장 판도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배터리의 또 다른 핵심소재인 분리막도 중국 의존이 심화됐다. 2020년 61.4%였던 중국산 비중은 2023년 78.0%까지 늘었고 올해도 73.7%를 기록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가 일부 공급에 나섰지만 두 나라 합계 비중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자료는 미래차 핵심소재 공급망이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원자재부터 가공소재까지 중국이 전 밸류체인을 장악하고 있어 우리 산업의 자율성이 크게 제약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차 산업의 경쟁력은 배터리에서 나오는데, 특정 국가에 소재를 의존하는 것은 가장 큰 리스크"라며 "중국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이 국산화율 제고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전략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 해외 자원 확보 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미 원자재 채굴부터 가공까지 밸류체인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