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전 당시 英 병원선으로 징발
1916년 독일군 기뢰 부딪혀 침몰
1916년 1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 에게해에서 침몰한 영국 병원선에서 처음으로 유물을 끌어올렸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그리스 잠수부들과 고고학자가 최근 에게해 케아섬 앞바다 수심 120m 깊이에 가라앉아 있는 난파선 브리태닉호에서 유물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종·램프·도자기 타일·쌍안경 등 발견
그리스 문화부 산하 수중고고학국은 다국적 잠수팀과 함께 약 일주일간 심해 탐사를 진행해 여러 유물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물품으로는 선박의 종, 항해용 신호등, 1등석 승객용 은도금 쟁반들, 튀르키예식 목욕탕 장식에 사용된 도자기 타일, 관측용 쌍안경, 도자기 세면대 등이 있다.
브리태닉호는 호화유람선 타이태닉호가 1912년 4월 침몰한 후 같은 조선사인 영국 할랜드 앤드 울프가 개량형으로 건조한 자매선이다. 원래 브리타닉은, 타이태닉호, 올림픽호와 함께 여객선 3척 중 하나였다. 하지만 1차 대전 때인 1915년 이 배는 영국 해군에 징발돼 병원선으로 사용됐다. 1916년 11월21일 브리태닉호는 발칸 반도와 중동 전선에서 다친 수천명의 영국 군인을 수송하고 치료하던 중 그리스 케아섬 인근 해상에서 독일군 기뢰에 부딪혀 침몰했다. 당시 배에 탄 1000명 중 30명이 숨졌다.
이후 수십 년간 정확한 침몰 지점을 찾지 못하다가 1975년 프랑스의 해양 탐험가 자크 쿠스토가 난파선 위치를 파악했다. 그러나 수심이 깊고 작업 비용이 많이 들어 난파선 인양이나 발굴이 계속 지연됐다. 그러다 1990년대 브리태닉호의 탐사권을 획득한 영국 역사학자가 밀어붙이면서 올해 5월 첫 공식 탐사가 이뤄졌다.
그리스 문화부 수중 고고학 담당 디미트리스 쿠르쿠멜리스는 "이 유물은 20세기 초 여객선의 생활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매우 소중하다"며 "에게해에서 이처럼 많은 유물을 발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르몽드는 이번 유물 회수가 단순한 발견을 넘어 20세기 초 세계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했다.
당국은 추후 탐사대를 더 파견해 유물 인양 작업을 지속하는 한편 확보한 유물을 아테네로 옮겨 보존 작업을 거친 후 피레우스 수중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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