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기업가치·주식 가치 상승 기대감 커져
우리기술투자 등 당분간 보유하며 회수 시점 검토
IPO 기대 소멸, 지배력↓…카카오인베, 현금화 가능성도
'너무 빨리 팔았나' 에이티넘·DSC 등 아쉬움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합병이 전격 추진되면서 두나무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VC는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 기대감으로 회수 시점을 늦추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공개(IPO) 등 불확실성을 고려해 당장 현금화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잭팟 노리자" 기다리는 VC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주요 VC로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우리기술투자 , 카카오벤처스 등이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10.59%의 지분을 보유해 송치형 두나무 회장(25.53%), 김형년 부회장(13.11%)에 이은 3대 주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기술투자는 7.20%를, 카카오벤처스는 복수의 펀드를 통해 한 자릿수 지분을 확보 중이다.
이번 합병은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두나무 지분 100%를 인수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에 VC들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을 네이버파이낸셜 신주로 전환받으며 엑시트(회수) 전략을 재조율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두나무의 네이버 계열 편입이 주식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네이버라는 대기업과의 협력으로 안정된 지배구조 아래 두나무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 VC들의 투자 회수 기회도 확대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우리기술투자, 카카오벤처스 등은 당분간 지분을 유지하며 수익 극대화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VC 관계자는 "당장 현금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로 기업가치 안정성이 높아지고 산업적 시너지가 날 수 있어 이번 합병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이 우세하다"며 "아직 주식 교환비율, 지분가치 등이 확정되지 않아 시간을 두고 최적의 엑시트 시점을 결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불확실성 커"…당장 현금화 움직임도
반면 카카오인베스트를 비롯한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는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다른 재무적투자자(FI)에게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나무의 독립 상장 가능성이 낮아진 데다 합병법인 내에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지배력 축소가 예상되는 만큼 지분을 적극 활용하기보다는 당장 현금을 확보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약 5780억원을 포함해 수천억원을 투입해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 중인데,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약 14조원으로 평가받을 경우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보유 주식 가치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이미 두나무 지분을 전량 매도한 에이티넘인베스트 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 에게는 아쉬운 상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교적 초기에 투자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총 70억원을 투입해 2021년부터 단계적 회수에 나섰다. 약 5000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투자 원금 대비 70배가 넘는 성과를 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두나무 구주를 인수한 뒤 1년 만에 일부를 처분했고, 이후 나머지 지분도 정리하며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다만 이번 빅딜 참여 기회를 놓치면서 다소 이른 엑시트였다는 평이 나온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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