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장비 대상 조사 강화…中점유율 12→4%
중국 정부가 자국 통신망에서 서방 장비 사용을 제한하며 핵심 기술 인프라를 서방과 분리하려 하고 있다고 2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두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국영 IT 장비 구매업체가 해외 입찰을 더욱 면밀히 분석하고 감시하기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가 체결한 계약은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의 '블랙박스'식 국가 안보 검토를 받아야 한다. 해당 기업들은 자사 장비가 어떤 기준에 따라 평가되는지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
이러한 검토 과정은 3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 유럽 업체들은 최종 승인을 받더라도 길고 불확실한 검토 절차로 인해 이같은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중국 경쟁사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 왜 유럽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대응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유럽 장비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2022년 사이버보안법 개정 이후 심화됐다.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들은 보안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모든 구매 사안에 대해 CAC에 제출해야 한다.
이 규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신 장비의 국영 구매자들은 이제 입찰 참가자들에게 시스템의 모든 구성 요소와 현지 조달 비율을 포함한 자세한 문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 내 연구개발(R&D) 활동의 세부 사항까지 포함해 서류를 보강하고 있다. 구매자들은 자세한 내용을 담은 이 자료를 CAC로 보내고, CAC는 이를 검토한 뒤 구매 진행 가능 여부를 직접 통보한다.
시장 조사 기관델오로 그룹의 스테판 폰그라츠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이같은 규제로 에릭슨과 노키아의 중국 모바일 통신망 합산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2%에서 지난해 약 4%까지 급락했다.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최근 IT·통신 분야의 현지화 요구가 유럽 기술 기업들에 존립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당국도 중국 통신 장비 업체들의 첩보 위험과 백도어 접근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안보 우려를 경고해왔다. 그러나 대다수 국가들은 중국 장비의 저렴한 가격과 중국과 외교 우려로 인해 금지 조치를 도입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규제 조사 기관 컬렌 인터내서녈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화웨이, ZTE 등 고위험 공급업체를 배제하라고 회원국에 권고한지 약 5년이 지난 올해 6월 기준 EU 27개국 중 제한 조치를 도입한 국가는 10개국에 불과했다.
델오로 그룹에 따르면 화웨이와 ZTE는 유럽 모바일 인프라 시장에서 30~35%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2020년 대비 5~10%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스트랜드 컨설트에 따르면 독일에 설치된 5G 장비의 59%가 중국 기업 제품이다. 독일은 2029년까지 고위험 중국 공급업체들 단계적으로 배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스트랜드는 "베를린의 모든 이동통신 장비는 중국산"이라며 "독일은 화학과 자동차 등 대기업이 있어서 중국과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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