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완화 효과 기대 속 부작용 우려
투명성·독과점 해소·사회적 합의 강조
국내 배달 시장은 플랫폼이 쥔 독과점 구조가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의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 그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 단기적인 가격 인하 경쟁보다 거래 구조 전반을 재설계할 시점이다. 정부는 제도 설계를 통해 공정 경쟁의 틀을 세워야 하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플랫폼은 수수료와 노출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자영업자는 지속 가능한 경쟁 기반을 갖춰야 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시장은 독과점 구조인 만큼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박사는 "국내 배달 플랫폼은 2개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 구조"라며 "점주는 선택권이 제한되고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은 점유율이 낮아 사실상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방향은 단순한 '억제'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여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억제형 규제'가 수수료 상한이나 광고비 제한에 머문다면 '설계형 규제'는 시장의 자율 경쟁이 작동하도록 제도적 틀을 다시 짜는 접근이다.
핵심은 수수료율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시장 질서의 왜곡에 있다. 정부가 단순한 '감독자'가 아니라 '시장 설계자'가 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플랫폼이 만들어 놓은 비대칭 구조를 고치고, 자율적인 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복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투명성 강화가 첫걸음
학계는 한목소리로 "시장 정상화의 출발점은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현재의 수수료 구조는 광고비와 중개수수료가 뒤섞여 자영업자들이 실제 부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항목을 분리해 공시하고, 평균 수준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플랫폼 간 가격 경쟁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정 지역에서는 수수료율이 일정 기준 이하인 앱만 입점하도록 하거나, 지역 상권 전용 커머스 기능을 결합해 플랫폼 의존도를 낮출 수도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물류·마케팅을 지원하는 디지털 협동조합 모델을 구축하면 플랫폼에 대한 대항력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박미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플랫폼이 수익 산정 근거와 정산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수수료 논란의 본질은 불신이므로, 투명성 확보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가격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스스로 합리적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법·자율의 '이중레일'…공동규제 체계 필요
법으로만 틀을 짜기에는 한계가 있고, 시장 내부의 자율 조정이 병행돼야 지속 가능한 경쟁 질서가 유지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희수 건국대 박사는 "플랫폼을 가맹사업법상 규율 대상으로 포함하되 혁신을 막지 않기 위해 법적 기준과 자율규제를 결합한 공동규제(Co-regulation) 체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분쟁을 다룰 전담 조정기구를 설치하고, 표준계약서·표준정산서식을 행정지침으로 배포해야 한다"며 "감시·집행 기능 일부를 지자체에 위임해 현장 대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의 자율 노력도 필요하다. 업계가 자율협약을 통해 수수료 공시, 표준계약서 보급, 정산서식 통일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영균 광운대 명예교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플랫폼 종속 구조를 방치할 경우 가맹사업 경쟁력이 붕괴할 수 있다"며 "자체 배달망 구축이나 공공 앱 연계 등 대체 수단을 확보해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배달비 부담을 소비자·본부·플랫폼이 분담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현재처럼 소비자 부담이 거의 없고 점주가 대부분을 떠안는 구조는 지속할 수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법적 규제와 자율규제를 결합한 공동규제 체계를 통해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한제로 칼 빼든 국회
국회가 꺼낸 첫 카드는 '수수료 상한제'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일정 규모 이하 점포에는 우대 이용료를 적용하고, 전체 수수료율에도 상한을 두는 내용의 '소상공인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령으로 배달 앱 수수료 상한선을 정하고, 영세업체에는 고정요금을 적용해 사실상 정액제에 가깝게 설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갑 중의 갑'으로 군림하며 점주와 라이더 모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상한제가 소상공인들에게 협상력을 되찾게 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견제하면 협상의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다. 애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쟁정책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발 물러섰다. 현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등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상생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규제 권한과 집행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유석 동국대 교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와 원가 시뮬레이션 결과, 수수료 상한선을 6.8%로 설정하면 외식산업 매출이 약 2조5000억원, 영업이익이 1조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순 억제식 상한제보다는 시장 구조 자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유영국 한신대 교수는 "배달 앱 수수료라는 단일 이슈를 법으로 해결하려 하면 논의가 법안에 갇힌다"며 "입법보다 시장 구조를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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