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두 수입 늘리고 희토류 통제 완화
미 의존도 줄이기 속도
한, 반도체 장비 수출로 틈새 기회 노려야
"중국의 특성상 양보를 했다는 모양새의 결과보다는 양측이 주고받았다는 모양새를 보여줄 형태의 타결을 이룰 때까지 협상을 지속할 것이다.
김재덕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지원장(연구위원)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희토류 수출통제를 완화하고 공급망은 안정하는 대신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등의 주고받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 협상은 고율 관세뿐 아니라 기술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속에서 여전히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은 관세와 반도체 제재에 대한 보복관세, 희토류 통제, 기업 제재 등을 나란히 주고받으며 협상 국면을 장기화시키고 있다.
최근 중국이 엔비디아를 겨냥해 반독점 조사와 AI 칩 구매 제한 조치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는 미국의 제재를 협상 테이블에 다시 올리려는 전략이자, 동시에 자국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한 계산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양국은 대두 등 농산물 수입 확대와 기술·관세 완화, 희토류 공급망 안정과 기업 제재 완화 등을 맞교환하는 형태의 '주고받는 타협'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사우스와 연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다자 플랫폼을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면서도 극단적 대결은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대두 수입 중단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며 미·중 정상 간 만남을 재확인했다. 그는 "중국의 대두 구매 중단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번 회담에서 대두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농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중국의 대두 수입 재개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 북경지원장은 중국이 첨단기술 공급망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지만, 완전히 독점하지는 못한 만큼, 한국 기업은 그 틈새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활황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또 정부는 축소된 대중 협력 채널과 정책 자원을 복원·확대해 첨단산업 분야의 대중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음은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김재덕 지원장(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미국의 관세 정책을 중국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정부·업계·여론의 기류를 각각 설명해 달라.
▲당연히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및 대세계 관세정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에 대해 트럼프 1기 때와는 다르게 미국에 조치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보복관세 부과, 희토류 수출통제, 기업제재, WTO 제소) 등으로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한 조치는 미국의 예상을 벗어났고 양국의 무역 협상이 지금까지 길게 이어져 올 수 있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업계도 관세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업종부터 강하게 반발했고, 아세안 지역을 통한 우회 수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회 수출은 규모와 품목에서 한계가 있다. 한편 중국은 이미 수출구조에서 아세안, 유럽,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하는 무역구조 변화를 지속하고 있어서 대미국 수출 비중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 대미국 수출이 감소한 품목의 중국 내 및 다른 국가로 저가 밀어내기 수출이 이뤄지고 있어서 중국 내 디플레이션 기조 악화와 제3국 동종업계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여론은 중국의 특성상 정부 및 기업의 기조와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중국과 무역 협상이 타결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양국 관 관세 휴전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현재까지 흘러온 양상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과 중국 간 온도 차가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실제로 협상 임박으로 보는지, 온도 차가 있다면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협상의 온도 차는 계속 있어 왔다. 미국과 중국의 특성상 협상의 구체적인 타결 내용보다는 협상 과정과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에서 양국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구체적인 협상 쟁점이 타결되고 공식적으로 공표되기 전까지는 세부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핵심 쟁점은 여전히 관세율,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재, 기업제재, 희토류 공급망 등으로 이들 내용의 구체적인 타결은 아직 안 되었다고 생각한다.
- 최근 중국이 엔비디아를 상대로 반독점 문제 제기와 AI 칩 구매 제한 조치를 꺼냈다. 그 의도와 목표,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
▲미국은 AI칩 특히 기존에 중국 수출이 허용되던 H20에 대해서도 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중국은 화웨이와 일부 첨단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에서 기술자립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 수율과 기업 이익률 측면에서 아직 부족하지만, 현재는 H20보다 고사양의 AI칩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의 H20 수출 재개 조치는 중국에 실질적인 영향력은 없다. 반대로 엔비디아에 대한 중국의 제재로 인해 우선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첫째, 미국에 대해 반도체 칩 제재에 대한 유리한 협상 고지다. 이 조치로 H20이 아닌 더 고사양 칩에 대한 제재 해제 여부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것이다. 둘째, 중국 내 자국칩 수요 증가 및 자립적 생태계 구축이다. 자국칩 수요 증가는 공급기업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개선하고, 규모의 경제와 수율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화웨이는 이미 910c 의 후속 칩 양산 계획을 발표했고, 알리바바도 자체 칩을 개발했다고 공표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압박에 계속 저항할까요. 만약 적당히 타협한다면, 어떤 것은 양보하고 어떤 것은 지키려고 할까.
▲현재까지 기조로는 중국은 지속 협상의 태도는 유지하되 극단의 저항이나 협상 결렬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의 특성상 양보를 했다는 모양새의 결과보다는 양측이 주고받았다는 모양새를 보여줄 형태의 타결을 이룰 때까지 협상을 지속할 것이다.
우선 대미국 수입(대두 등 농산물)을 늘리는 대신 중국에 대한 기술제재와 관세율을 일부 완화하는 수준, 희토류 수출통제를 완화하고 공급망은 안정하는 대신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등의 주고받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 만약 미·중 관세 갈등 국면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어떤 카드로 미국에 맞설까. 또 미·중 갈등 장기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이런 긴장 관계를 계속 끌고 갈만한 경제 체력이 되는지 궁금하다.
▲중국은 단기적인 대응으로 희토류 통제와 대미국 수입 대체 등으로 맞설 것이고, 이런 흐름은 관세 갈등과 상관없이 중국 정부에서는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을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까지 미국은 인플레이션 기조 속에서 경제 특히 고용 지표가 양호한 상황이 이어져 왔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경제 체력이 (제가 예상한 것보다 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심각한 재정적자와 최근 고용을 이끌었던 미국 내 제조업 분야의 투자 증가 속도의 둔화, 인플레이션 심화 등 부정적 경제지표가 더 악화한다면 경기둔화의 우려는 있다.
- 북·중·러 밀착 과시 이후 중국은 미국 이외에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인지, 그래도 미국과의 관계 회복이 중요하다는 입장인지 궁금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을 지속할 것이다. 그 측면에서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제협력과 정치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북·중·러 밀착 움직임도 또 다른 방향의 대미국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극단의 미·중 대결 구도는 중국도 피할 것이다.
- 더 나아가 APEC 활용이나 RCEP, CPTPP 등 미국을 뺀 세계화를 통해 대안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PEC, RCEP, CPTPP 등 글로벌 다자간 협력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대체로 동의한다.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제협력과 정치적 연대를 강화할 것이다. 다만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미·중과의 관계 설정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위해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줄 서지 않는 경우도 많아 쉽지 않은 과정이다.
또한 현재 WTO가 유명무실해졌지만 다른 다자간 협력체보다는 강제력이 있었다. RCEP은 강제력과 개방도가 낮은 무역협정이고 APEC도 다자간 대화채널 성격이라 구속력이 약하다.
- 앞으로 미·중 관계 전망과 한국 기업이 지금 당장 대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한국 기업은 산업 구조상 미·중과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어 간단히 말씀드리기 힘들 것 같다. 일부 대미국 투자 확대를 결정한 기업도 있지만,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서 많은 기업은 투자를 유보할 것 같다.
한편 중국과는 공급망에서, 많은 부분 결합되어 있고, 최근 중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위협과 기회요인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첨단기술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첨단기업들도 중국을 다시 바라보고 있다. 시장으로서의 미국도 중요시하되 중국에서의 첨단기술의 분야의 동향을 주시하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줄여왔던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같이 증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미·중 갈등이 완화나 복원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한국 정부와 기업은 대미 수출통제, 대중 리스크 관리 및 공급망 재배치 전략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산업에서 가장 큰 기회와 핵심 리스크는 무엇일까.
▲미·중 갈등이 완화되는 것만으로 많은 불확실성이 줄어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협상 타결 내용에 따라 전략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미·중 협상 결과와 별개로 저류에서 흐르고 있는 방향에 대한 대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는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로 우리 경쟁력을 뛰어넘고 있다. CATL의 나트륨배터리 상용화, 중국의 HBM 개발 등 그나마 우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던 분야에 대한 추격과 추월이 더 빨라지고 있고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AI, 로봇 등은 전 분야에서 우리가 뒤처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중국이 해당 분야의 전체 공급망 다 차지하고 있지만 못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그 틈새 기회를 잘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예를 들면, 중국 반도체 부분의 활황 속에서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공급망의 일부에서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한다. 최근 우리 기업의 중국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식에도 일부 변화가 있어서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중국 그리고 글로벌에서 성장하고 있는 첨단기술과 미래산업 분야에 대한 시장조사와 정책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대중국 협력 채널을 줄이고 정책자원을 대폭 삭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부분부터 복원하고 복원이 아닌 확대를 통해 대중국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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