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앤온, 지컷 등 정통 브랜드 백화점서 빠져
백화점 점령한 스트리트 패션
2040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로 소비 이동 탓
브랜드들 리뉴얼, 유통망 확대로 생존 모색
프리미엄 여성복 브랜드들이 부진한 매출로 인해 백화점에서 방을 빼고 있다. 전통 여성복 브랜드가 빠진 자리는 패션 플랫폼을 통해 성장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채우고 있다. 경기부진 장기화로 고가의 패션 브랜드대신 '2040 여성'을 겨냥한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하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7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여성복 브랜드들로 구성됐던 2층 여성층을 수입&컨템포러리 패션관으로 전면 리뉴얼 중이다. 2층 여성층을 구성하고 있던 브랜드 중 일부를 3층 아동·유아, 여성·영패션 구두·핸드백 층으로 이동시키고 2층은 수입 브랜드와 국내 컨템포러리 브랜드(메종키츠네, 폴로랄프로렌, 타임, 구호, 랑방컬렉션 등)로 구성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이 과정에서 20~40대를 타깃으로 했던 국내 여성복 브랜드와 계약을 종료했다. 영업이 종료된 브랜드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일라일', '지컷', '잇미샤', 아이디룩의 '끌로디피에로', 코오롱FnC '이로', 한섬 'SJYP', 삼성물산 '라인어디션', 바바패션 '지고트', 보끄레머천다이징 '온앤온' 등이 있다. 이들 브랜드는 백화점 여성복 층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가 백화점에서 철수한 가장 큰 이유는 매출이다. 경기 부진으로 패션에 대한 소비가 줄었는데,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 국내 여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다. 최고가 프리미엄 제품과 가성비 제품으로 소비가 양극화되면서 중간대 가격인 여성복들이 외면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하고하우스(마뗑킴, 트리밍버드, 드파운드 등),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새터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장이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국내 프리미엄 여성복 브랜드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 지컷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기준 백화점 매장 수는 총 66개로 집계됐지만, 올해 기준으로는 62개로 줄었다. 보브도 90개에서 89개로 줄었고, 스튜디오톰보이는 119개에서 110개로 감소했다. 전체 매출도 줄었는데, 이들 3개 브랜드의 올해 상반기 기준 백화점 매출은 905억원으로 지난해(1071억원) 대비 100억원 감소했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여성 패션 시장이 많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소비 행태도 많이 달라진 만큼 브랜드 리뉴얼과 유통망 변경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과 아울렛, 자사 몰 위주의 판매 방식에서 패션 플랫폼으로 판매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다. 이 백화점 점포 관계자는 "장기간 여성층 매출이 좋지 않았다"며 "리뉴얼 결정되면서 매출이 나빴던 브랜드들은 자리에서 나가고 나머지는 영패션 브랜드들이랑 같이 묶이게 됐는데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백화점들도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발굴하고 매장에 입점시키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은 핵심 점포인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에 국내 디자이너브랜드 전문관인 키네틱그라운드를 조성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센텀시티, 의정부점 등에 영패션 전문관을 선보였다. 더현대서울을 통해 백화점업계 중 디자이너브랜드를 가장 먼저 유치한 현대백화점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외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 있는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 스트리트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백화점들의 패션 브랜드 구성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2030 세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성 있는 브랜드들이 백화점에 더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을 보면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허물어진 모습도 보여 유니섹스 비중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