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토넬라 'S.R 토넬라 셀러즈' 대표 인터뷰
나파밸리 러더포드에 뿌리내린 100년 가업
외부투자도, 기계도 배제…진정성 가득한 비타협주의
소규모·직판 부티크 와이너리의 생존전략
"최상의 와인을 위해서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부티크 와이너리입니다."
'S.R. 토넬라 셀러즈(S.R. Tornella Cellars)'의 대표 겸 와인메이커 스티브 토넬라(Steve Tornella)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진정성'을 강조했다. 와인에 대한 진정성을 기저에 두고 타협 없이 오롯이 최고의 품질만을 추구할 때 비로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와인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토넬라(Steve Tornella) 'S.R. 토넬라 셀러즈(S.R. Tornella Cellars)'의 대표 겸 와인메이커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품질에 대한 집념…손으로 빚는 와인
토넬라 셀러즈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러더포드(Rutherford)에 뿌리를 두고 있는 와이너리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에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도시 재건을 위한 노동자가 몰려 왔는데, 스티브의 증조부 격인 조셉 폰티(Joseph Ponti)도 이 때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한다. 폰티는 러더포드 내 보리우 빈야드(Beaulieu Vineyard)에서 초창기 와인메이커로 시작해 와이너리가 국제적 명성을 쌓는데 이바지한 인물이다. 이후 조카이자 스티브의 조부인 루이 토넬라(Louis Tonella)에게 포도밭과 양조기술 등을 전수하며 오늘날 토넬라 셀러즈의 기틀을 마련했다.
토넬라 셀러즈는 일반적으로 연간 생산량이 1만 케이스(12만병) 이하인 소규모 부티크 와이너리(Boutique Winery)이기도 하다. 대량생산보다는 품질과 개성에 집중하며 오너 와인메이커가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생산하는 컬트 와인(Cult Wine)은 떼루아와 장인정신을 강조하고 희소성과 차별성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발견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 신흥 부호들의 희소 와인 수요가 와인메이커의 창의적인 와인메이킹과 맞물리며 부티크 와이너리의 생태계가 확립됐다.
토넬라 대표의 와인에 대한 '비타협주의'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에 대한 비타협이다. 토넬라 셀러즈는 포도밭에서 이뤄지는 모든 작업을 기계 없이 손으로 진행한다. 모든 공정의 섬세함이 그대로 와인에 깃든다는 신념을 토대로 하는 만큼 자동화보다는 수작업을 고집하는 것이다.
캐노피 관리(Canopy Management)가 대표적이다. 캐노피 관리는 포도가 제대로 익어갈 수 있도록 생장 기간 내내 잎 제거, 줄기 정리, 햇빛 투과 조절, 통풍 확보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웬만한 정성 없이는 섬세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이로 인해 토넬라 셀러즈는 약 7헥타르(ha)의 부지에서 지난해 기준 연간 7만2000병 규모의 와인만 소량 생산하고 있다.
토넬라 대표는 "수작업은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면서도 "아티장(Artisan) 와이너리로서 최고의 품질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수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티크 와이너리에선 하나의 일만 반복적으로 하기보다는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전반의 사이클을 두루 다뤄야 하기 때문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스타일의 업무에서 만족감과 가치를 찾는 제너럴리스트가 많다"고 덧붙였다.
외부 자본 없는 독립 경영…'러더포드 더스트'가 빚어낸 우아함
품질과 더불어 외부 자본에 대해서도 비타협을 고수하고 있다. 외부 투자가 자신들의 철학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토넬라 대표는 "외부 투자를 받게 되면 필연적으로 재정적인 이익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며 "투자자의 의견이 직간접적으로 와인 생산에 반영되게 되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스타일과 품질을 지키기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외부 자본과 타협하지 않는 태도는 그의 커리어에서도 묻어난다. 토넬라 대표는 와이너리에서 나고 자랐지만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테크 기업에서 세일즈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나파밸리의 와인 사업도 자본금이 많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셀프 펀딩과 와인 외에 다양한 경험을 목표로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에서 일하며 독립된 와인 생산을 꿈꿨다"고 말했다.
외부 투자 없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과 판매도 대부분 직접 진행하고 있다. 토넬라 셀러즈는 현재 생산량의 90%가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 직접판매)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고, 나머지 10%만 레스토랑 등 리테일 채널과 수출로 판매되고 있다. 토넬라 대표는 "DTC 방법을 통해 유통 마진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적당한 가격을 제시해 윈윈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며 "재주문 고객에게는 구매 우선권을 주거나 할당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욕심을 내서 많이 만들고 많이 판매하기보다는 최고의 품질을 보여줄 수 있는 양만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케팅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그는 "최근 많은 와이너리들이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하지만 그보다는 고급 호텔과 미슐랭 레스토랑에 입점해 입소문을 내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처럼 DTC가 익숙하지 않은 시장에 대해선 특성에 맞춰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고, 미식가도 많기 때문에 우리 와인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부티크 와이너리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한국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판로를 열어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더포드 카베르네 소비뇽(S.R. Tornella Cellars Rutherford Cabernet Sauvignon)'는 토넬라 셀러즈의 비타협이 만들어낸 대표작이다. 토넬라 대표는 "평균 30년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라며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 나파밸리의 단위 면적당 평균 생산량의 절반 수준으로 포도 수확량을 줄이는 등 자체 기준에 통과한 포도로만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시스, 말린 허브, 다크 초콜릿 그리고 베이킹 향신료의 향이 은은하게 나고, 균형 잡힌 산미와 함께 둥글고 섬세한 타닌이 어우러진 풀바디 와인"이라며 "풍부하고 지속적인 풍미와 함께 길고 고급스러운 피니시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토넬라 셀러즈의 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러더포드의 떼루아, 특히 '러더포드 더스트(Rutherford Dust)'를 꼽았다. 러더포드 더스트는 흙먼지나 코코아 파우더처럼 느껴지는 와인의 고운 질감을 말하는데, 아로마 측면에선 블랙 커런트와 블랙베리 등 검은 과실 향과 버섯과 숲속 바닥 같은 숙성 향이 짙다. 토넬라 대표는 "러더포드는 큰 일교차로 포도가 천천히 익어 복합미를 지닌 포도가 생산된다"며 "이러한 미세기후에 러더포드 더스트라고 불리는 자갈과 양토, 모래가 섞인 얇은 토양층이 와인에 특유의 미네랄향을 부여해 다른 나파밸리 와인과 비교해도 차별화되는 우아한 스타일을 자랑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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