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부산, 광주 등서 혁신 주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지방을 거점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핀테크, IT,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하나둘 존재감을 드러내며 지역 균형 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는 모양새다. 벤처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등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지방 스타트업들은 독자적인 기술력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저력을 발휘하며 선전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곳은 본사가 대전에 위치한 핀테크 기업 '루센트블록'이다. 2018년 설립된 이 회사는 금융당국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신규 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국내 부동산 토큰증권(STO) 업계를 선도해온 루센트블록은 업계 최다인 11개, 약 3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공모 및 상장하며 거래 기준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 중이다. 성과는 지역사회로도 이어진다. 직원 평균 연령은 27.5세로 젊으며, 재직 중 결혼한 직원 비율이 24%에 달해 지역 청년들의 정착 기반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
루센트블록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과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현장에서 구현한 대표 사례로도 꼽힌다. '대전 창업스페이스' 프로젝트를 통해 투자자의 60% 이상을 지역 주민으로 끌어들이며 누적 수익률 16%를 달성했다. 루센트블록 관계자는 "대전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 자본시장법상 정식 금융투자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제도권 내에서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면 의미 있는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전을 거점으로 수도권과 지역을 연결하는 금융 혁신 플랫폼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설립된 '크리스틴컴퍼니'는 인공지능(AI) 기반 신발 제조 플랫폼 '신플'을 앞세워 침체된 부산 지역 신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핵심은 AI 기반 신발 제조공장 및 브랜드의 매칭이다. 공장 규모, 생산량, 소재와 같은 정량 데이터를 비롯해 공장 대표의 성향 등 정성적 요소를 학습시켜, 디자이너가 원하는 스펙을 입력하면 최적의 공장을 자동 추천해준다. 기존 6개월 걸리던 제조 공정이 한 달로 줄었고, 출시 반년 만에 250여 개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크리스틴컴퍼니는 최근 생성형 AI 디자인 플랫폼 '슈캐치'를 선보이며 제조와 디자인 전 단계에 AI를 적용, 부산의 과거 주력 산업이었던 신발 산업을 재조명하고 있다. 특히 부산의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와 맺은 전방위 파트너십은 지역 기업 간 협력 모델로 평가를 받는다. 부산의 항만 물류 인프라와 제조업 기반이 AI 기술과 만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의 약진도 눈에 띈다. 2019년 설립된 '인트플로우'는 양돈농가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AI 자동화 솔루션 '엣지팜'을 개발했다. 엣지팜은 고가 장비가 아닌 일반 CCTV와 자체 개발한 엣지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AI 운영비용을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100만 시간 이상 양돈 영상을 학습한 AI가 돼지의 개체 수, 식사량, 활동량을 24시간 자동 측정해 관리자가 사육 환경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출하 전 체중 확인 작업과 같은 단순 반복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 기존에는 100마리의 체중을 측정하는 데 작업자 3명 기준 3~4시간이 소요됐으나 엣지팜을 활용하면 1명이 15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이에 도입 초기인 2022년 설치 농가 7곳에서 1년 만에 50곳으로 늘어나며 7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재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등 10개국 83개 농가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해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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