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신보령, 탈석탄과 신기술 사이에서 전환 가속
이영조 사장 "정부 정책 공감…이해관계자 협의 필수"
보령 앞바다에 자리한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는 오랜 세월 대한민국 산업화를 지탱해 온 석탄 화력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곳은 '탈석탄'과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찾은 보령발전본부는 '석탄 이후'를 준비하는 전환의 현장이었다. 1980년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국내 최초 대용량 유연탄 전소 발전소였다. 값싼 석탄으로 기저 전력을 공급하며 중화학공업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특히 3호기는 국내 최초 표준 석탄화력발전소로, 기자재 국산화를 이끌며 발전 기술 자립의 출발점이 됐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기조 속에서 석탄의 시대는 마무리되고 있다. 1·2호기는 2020년 조기 폐쇄됐고, 5·6호기도 2026년과 2028년 각각 가동을 멈춘다. 3·4·7·8호기 역시 2038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영조 중부발전 사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보령발전본부는 지난 40년간 한국 산업 발전의 한 축이었다"며 "이제는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에 맞춰 친환경 에너지 거점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 논의와 관련해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20년 주기로 큰 변화를 겪어왔다. 2001년 발전회사 분리 때도 단순히 5개로 나누는 과정에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다"며 "지금은 회사별로 인사·급여·성과급 체계와 조직문화가 달라져 있어 통합 논의가 현실화된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결론을 서두르기보다 노조와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보령발전본부 역시 중부발전이 내세우는 '차세대 화력'의 모델이었다. 총 2000MW 규모로 건설된 신보령은 국내 최초로 1000MW급 초초임계압(USC) 기술을 국산화한 발전소다. 최신 환경설비를 갖췄고, 최근에는 AI 기반 고장예측 시스템이 시범 적용돼 설비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보령본부가 석탄 설비를 정리하며 수소·신재생으로 전환을 준비하는 현장이라면, 신보령은 기존 화력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차세대 설비와 기술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두 발전소는 다른 성격을 지녔지만, 공통적으로 '에너지 전환기의 교두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겹쳐졌다.
이 사장은 현장의 변화와 함께 경영 철학도 제시했다. 그는 "행복동행, 혁신도전, 가치창출이라는 3대 방침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석탄에서 신재생, 그리고 AI와 수소 기술로. 보령과 신보령 두 발전소가 보여준 풍경은 한국 전력산업이 맞닥뜨린 거대한 전환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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