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정전·단전 막아주는 UPS
화재 위험 있어도 가동률 위해선 필수
해외서도 골치…소방·안전 대책 필요
데이터센터는 자칫 큰불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내부 배치를 왜 포기하지 못할까. 최근 전산망 마비 사태를 촉발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의 원인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지목되면서 데이터센터 안에 인화성 물질인 전해액이 함유된 배터리가 배치돼 있어야 하는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1년 내내 가동하는 데이터센터, 배터리는 필수
데이터센터 내부에 들어간 배터리는 '무정전 전력 공급 장치(UPS)'의 부속품이다. UPS는 데이터센터 내부에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들여놓는 비상 전력 공급 수단이다.
만일 데이터센터 내 전기 공급이 갑자기 끊겼다면, UPS는 단 2~10밀리초(1000분의 1초) 안에 작동해 컴퓨터 회로에 전기를 보내야 한다. 이후 예비 발전기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UPS는 다시 휴면 상태로 돌아간다.
UPS의 전력 저장 장치(ESS) 역할인 배터리가 데이터센터 내부에 있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UPS의 성공 여부는 수밀리초 안에 결정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설비와 최대한 인접시켜 반응 속도를 끌어올려야만 한다.
온갖 컴퓨터 장치가 보관된 데이터센터는 반드시 높은 가동률을 보장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정전·단전 사태에 인터넷이 끊기거나, 고객과 기업의 소중한 데이터가 소실될 경우 그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
데이터센터의 가동률을 나타낸 지표를 '업타임'이라고 하는데, IT 업계는 업타임에 따라 시설을 4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최하 등급인 티어 4조차 1년 365일 중 비가동 시간을 28.8시간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최상 등급인 티어 1 데이터센터의 비가동 시간은 1년 중 26.3분에 불과하다. 화재 위험이 있더라도 데이터센터 내 UPS가 필수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해외도 UPS 화재에 골치 소방·안전 대책 필요
UPS가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의 대규모 먹통 사태를 야기한 경기 성남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도 UPS의 배터리 발화로 시작됐다. 해외에서도 UPS 화재 위험이 난제인 건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미국 오리건주의 디지털 리얼티 데이터센터에서도 배터리 화재가 벌어져 엑스(X)를 비롯한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마비된 바 있다.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내 소방 시스템 강화로 화재 위험에 대응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화재 사고 이후 1년 뒤인 2023년 경기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세웠는데, 시설 내부 전체에 친환경 소화가스 시설을 완비하고 비상 상황 시 소방 장비가 즉시 가동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UPS가 들어간 공간도 UPS의 다른 부속품과 배터리 사이를 방화 격벽으로 분리해, 설령 배터리 내부에서 불씨가 번지더라도 다른 장비로 전이될 위험을 방지했다.
국내보다 데이터센터 시장이 큰 미국 등 해외에선 인화성 물질이 없는 대체 배터리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니켈 아연 배터리가 있다. 니켈 아연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인화성 전해액을 사용하지 않는다. 화재 위험이 낮아 데이터센터 환경에 적합하다. ABB, 징크파이브 등 해외 제조업체가 니켈 아연 배터리 기반 UPS를 연구하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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