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단체 무비자 입국 시작되자 괴담 확산
10대 사이 무분별 공유…근거 없는 공포 조장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혐중 정서 자극 논란
"대한민국 진짜 큰일 났다. 중국 무비자 제도를 막아야 한다. 한국이 위험하다"
지난달 29일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각종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중국인들이 무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장기매매를 한다"는 괴담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중국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한국 해경 이재석 경사 사건 등 중국인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반중(反中)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괴담이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무비판적으로 공유되며 불필요한 공포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인이 장기 척출?…SNS 타고 급속도로 확산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첫날인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국한 중국인 단체 크루즈관광객들이 버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10대들 사이에 괴담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 화면이 첨부됐는데, "중국 무비자 입국으로 성별·연령 가리지 않고 납치와 장기 적출이 벌어진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담겼다.
스토리 작성자는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 "중국인이 쫓아오면 바로 신고하라"는 식의 경고 메시지와 함께 "대한민국 지금 큰일 났다. 중국 무비자 제도를 막아야 한다. 한국이 위험하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를 공유했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다.
무비자 정책 둘러싼 반중 정서 고조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단체가 지난달 19일 오후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벌이고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명동거리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앞서 정부는 29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전담 여행사가 모집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15일 범위 내에서 한국 관광을 할 수 있다. 이 정책은 내년 6월30일까지 시행된다.
정부는 한시적 무비자 제도를 통해 약 100만 명의 추가 관광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60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603만 명) 대비 3분의 2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8일)를 맞아 무비자 제도를 통해 예년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행업계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책 시행 직후부터 반중 정서를 앞세운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100여 명이 모여 "반중 멸공"을 외치며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온라인에서도 "무비자 제도로 범죄자가 대거 유입된다"는 식의 주장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인 무비자 관광객이 학교 앞에서 칼부림을 벌일 것"이라는 협박성 글까지 올라와 경찰이 추적에 나선 상태다.
정치권도 괴담 확산에 편승
일부 정치권 발언은 괴담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비자 입국으로 (중국인들의) 불법 체류와 불법 취업이 예상되고 무비자 제도를 악용한 범죄조직 등의 침투 가능성도 있다"며 "한적한 곳에서 차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선다면 지체 말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도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인=범죄자'라는 편견을 강화하는 발언으로, 사실상 괴담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불안·사회 갈등 비용 커진다"
전문가들은 괴담이 단순 해프닝을 넘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청소년층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사회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괴담은 특정 집단을 범죄와 연결하며 공포를 확대 재생산한다"며 "청소년기에 형성된 편견과 불안이 성인기까지 이어진다면 사회적 갈등 비용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