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공영 사육곰 보호시설 개소
추가 보호 공간 및 예산 확보 시급한 과제
수십 년간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돼 온 곰 10마리가 마침내 여생을 보낼 보호시설에 입소했다. 전남 구례군에서 국내 첫 공영 사육곰 보호시설인 '구례 곰 마루쉼터'가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30일 구례군과 함께 조성한 이 시설에서 시민단체가 곰 농가로부터 매입한 사육곰 10마리의 보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2023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오는 2026년 1월부터 곰 사육과 웅담 채취·거래가 전면 금지되기 전에 이뤄진 첫 사례다.
구례군 마산면 지리산 국립공원 인근 부지에 들어선 마루쉼터는 총 2만5744㎡ 규모로 방사장 3곳과 사육동 2곳, 검역동 1곳으로 구성돼있다. 최대 49마리의 곰을 수용할 수 있으며 국립공원공단이 위탁 운영한다.
이번에 이송된 곰들은 지난 2022년 환경부·구례군·사육농가·시민단체가 맺은 '곰 사육 종식 협약'에 따라 경기 연천의 농가에서 매입됐다. 당초 12마리를 들여올 예정이었으나 마취·운송 과정에서 2마리가 숨지면서 10마리만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이들 가운데는 다리가 없거나 치아·시력 손상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개체도 있어 전문 수의사의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는 240여마리의 사육곰이 남아 있다. 시민단체는 이들을 순차적으로 매입해 보호시설로 이송할 계획이지만 구례 시설과 충남 서천에 건립 중인 또 다른 보호시설의 수용 규모(총 119마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머지 120여마리를 위한 추가 공간과 예산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날 열린 개소식에 참석한 금한승 환경부 차관은 "구례 곰 마루쉼터 개소는 정부·국회·시민사회가 함께 이뤄낸 협력의 성과"라며 "환경부는 앞으로도 남은 사육곰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등 곰 사육 종식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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