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찰, 유물 중개인 위장해 현장서 체포
그리스에서 수도원장이 종교 유물을 밀매하려다 체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그리스 경찰이 이달 초 펠로폰네소스 반도 칼라브리타 마을에 있는 메가 스필라이온 수도원의 60대 수도원장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수도원은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중 하나로, 절벽 위에 세워진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과 순례자가 찾는 곳이다.
한 성직자가 도난당한 종교 유물을 판매한다는 첩보가 그리스 문화유산·고대유물 보호부 소속 경찰에 입수되면서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유물 거래 중개인으로 위장해 여러 차례의 통화 시도 끝에 이달 초 이 수도원장과 직접 대면했다.
수도원장과 그의 조수는 14점의 비잔틴 시대 성상과 1737년, 1761년 제작된 두 권의 복음서를 위장 경찰에게 보여주며 20만 유로(약 3억3000만원)를 요구했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 수사 결과 수도원장이 판매하려 한 유물은 이 수도원 소유가 아니었으며, 교구 작성 목록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도원장은 해당 유물이 개인 소장품이며 당국에 신고하는 것을 잊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유물 출처를 확인하고 있다.
해당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과거 오스만 제국에 대항한 그리스 독립 전쟁(1821∼1829)에서 저항 운동에 참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 역사가 있다. 이 때문에 수도원장의 체포 소식은 지역과 교구에 큰 충격을 줬다. 교구는 수도원장을 즉시 해임하고, 수도원 운영진을 전면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교육·종교부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2023년 전국적으로 약 4000건의 유물 절도나 기물 파손 사건이 있었다. 그리스에는 약 9830개의 교회와 수도원이 있는데, 대부분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외딴 지역에 있어 유물 밀매업자들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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