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크루즈 기항 관광객 2000여명 방한
롯데·신라免, 유커 일부 유치
매장 북적, 구매도 줄이어
한시 무비자 효과에 방한 관광 관심도↑
2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면세점 서울점 주차장. 관광버스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하차를 시작했다.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이들 관광객은 깃발을 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줄지어 면세점 입구로 들어섰다. 로비에 마련된 대형 LED 전광판에는 이들 귀빈일행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내용의 중국어 안내 문구가 표출됐고, 한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관광객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도 했다.
호텔신라 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이날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무비자 입국에 맞춰 대형 크루즈로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游客·중국 단체 관광객)' 2000여명 가운데 470여명을 유치했다. 이날 오전 인천항에 첫 기항한 대형 크루즈인 중국 선사 톈진동방국제크루즈의 7만7000t급 '드림호' 승선객 중 일부다.
업황 부진으로 면세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들이 영업장을 방문하자, 이들을 환영하는 신라면세점 관계자들과 브랜드별 판매 직원들까지 어우러져 건물 내부에는 활기가 넘쳤다. 간식류와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지하 1층에 들어서자 유커들이 물건을 살펴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뷰티 브랜드의 한 판매 직원은 "평소에도 소규모로 단체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지만 수백명 단위의 중국인들이 영업장을 찾는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라고 말했다.
중장년층이 다수 포함된 이들 관광객 중 상당수는 염색약 등을 판매하는 매대와 건강기능식품, 초콜릿·과자류를 진열한 매장 등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어로 안내하는 직원들은 거듭되는 관광객들의 제품 관련 문의에 큰 소리로 설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부 여성 고객들은 제품을 서너 개씩 구매해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으로 결제했다. 담배 등 일부 품목에는 위안화로 된 가격 안내표가 작은 글씨로 프린트돼 있었다. 매장 직원은 "중국인들이 달러로 표시된 가격에 익숙지 않아 많이 구매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위안화 가격표를 따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세점은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에 맞춰 현지 사무소와 연계한 유커 유치를 모색해왔다. 이날 첫 무비자 입국자들을 위해 현지 여행사를 통해 할인쿠폰을 사전 지급했고,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화장품 브랜드를 최대 60% 할인하는 등 프로모션도 준비했다. 김보연 호텔신라 면세사업(TR) 부문 마케팅 총괄팀장(상무)은 "무비자로 입국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모객하기가 이전보다 수월해지고, 여러 채널을 통해 실제 한국 여행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며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 면세업계 입장에서도 호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도 이날 드림호 승선객 중 1700명가량을 유치했다. 이들 유커는 관광버스 40여대에 나눠 타고 순차적으로 매장을 다녀갔다. 롯데면세점은 다음 달에도 1만여명 규모의 중국 단체 관광객을 유치해 서울과 부산, 제주점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 프로모션도 강화했다.
이 밖에 신세계 면세점도 중국 인수보험사의 인센티브(포상관광) 관광객 103명을 명동점으로 불러 모았다. 다음 달 추석과 국경절을 맞아 뷰티·패션·식품 등을 300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복(福) 글자 디자인의 친환경 '포춘백(FORTUNE BAG)'을 증정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관광업계의 활성화를 목표로 시행하는 무비자 정책은 면세업계뿐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 관광객을 인솔한 가이드는 "남산공원과 경복궁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김 판매업체에도 다녀갈 예정"이라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국경절 연휴를 포함해 한국 여행을 준비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텐진에서 온 한 크루즈 관광객은 "한국은 처음 방문했는데,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다는 소식이 많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내년에도 다시 한번 방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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