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소자본 창업' 내세우며 점주 찾기 혈안
고금리 대출 알선하는 프랜차이즈 본사
점주들 불리한 조건에도 '일단 받으라' 안내
"본사 자체 대출은 중단됐는데, 다른 방법으로 연결해드릴 수 있어요."
지난 8월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참여한 프랜차이즈들은 '소자본 창업 가능'을 전면에 내걸고 본사가 대출을 알아봐 줄 수 있으니 대출이 있어도, 신용등급이 낮아도, 자본이 없어도 창업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B프랜차이즈 운영팀은 박람회 참여 후 창업을 하면 가맹 비용을 50% 한시적으로 할인해준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창업 대출로는 1억원까지 지원된다"고 했다. 대출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자 "사실 시중은행을 통한 개인 대출이라 한도가 적을 수 있다. 그럴 경우 또 다른 방법이 있다"며 대출 알선이 가능함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담당자는 "현장에서는 대출 상담이 어렵지만, 추후 개별 연락을 통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C프랜차이즈 영업담당자도 소개된 창업 비용보다 2000만~3000만원이 더 들 수도 있다는 설명과 함께 "연락처를 남기고 가시면 저희가 개별적으로 (대출 관련)상담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C프랜차이즈 영업팀장과 박람회 이후 별도로 개별상담을 진행해봤다. 그는 '자본금은 점포 보증금을 제외하고 최소 견적으로 진행한다', '요식업이 처음인 사람도 월 매출 1억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을 강조했다. 아직 어디에 가게를 낼지 결정하지 않았다면 같이 점포를 알아봐 줄 수 있다고도 했다.
본격적으로 금전 관련 문제를 꺼내 봤다. 본사에서는 현재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한정 프로모션으로 가맹비를 반값으로 할인하고, 1000~5000만원 창업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기자가 "창업비용에 점포비용을 고려하면 현재 가지고 있는 자본금으로는 굉장히 빠듯하다"고 하자 김 팀장은 머뭇거림 없이 "현재 본사에서 무이자 주류대출을 도와드린다. 5000만원까지도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주류대출은 주류 도매상에세 수천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서 쓰는 대신, 해당 도매상과 납품 독점 계약을 맺는다. 예를 들어 도매상에게 3000만원의 주류대출을 받았다면, 점주는 도매상에게 매월 100만원씩 3년간 상환한다는 계약서를 쓴다. 이 기간에 납품 계약을 해지하거나 폐업을 하면 위약금이나 이자를 내야 하는 조항이 붙는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하루만 상환이 늦어도 지연 이자를 20% 이상 받는 등 점주들에게 불리한 조건의 주류대출이 성행해 문제가 됐다.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에서 프랜차이즈 본사가 나눠준 다양한 안내 책자들. 최대 2600만원까지 무상 지원이 된다거나 1억원까지 대출 지원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주류대출 이야기에 기자가 머뭇거리자 김 팀장은 "주류업체에서 신용도나 이런 것도 당연히 보겠지만, 일단 매장 위치를 본다. 상권만 좋으면 1억원까지도 대출이 나온다"며 액수를 더 높여 1억원이라는 금액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일단 진행한다고 하면 업체는 우리 쪽에서 연결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대형카드사 무이자 대출을 홍보하는 프랜차이즈도 있었다. D프랜차이즈는 지난 7월 본사에서 열린 창업 설명회에서 창업자금 12개월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창업 비용 일부를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12개월 동안 무이자로 지원해주는 방식이었다. 담당자는 "신용카드 대출은 2000만원~4000만원까지 가능한 데, 개인 신용도에 따라 한도 금액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무이자는 아니고, 이자금을 본사가 대납하는 형태로 상환 방식은 카드사와 면담 후 고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중은행 창업 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아도 본사 신용도를 보고 대출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자영업자들의 신용도가 낮다는 점을 알고 있는 듯 유달리 본사 지원을 통한 대출인 점을 강조했다.
프랜차이즈들은 '무자본·소자본 창업'을 내세우며 새로운 가맹점주 찾기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부풀린 수익률을 제시하기도 한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E사는 '무이자 창업 가능'을 내세우며 2000만원까지 초기 운영 자금 무이자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자주 하는 질문' 카테고리에서는 "본인 자금으로 처음부터 창업하는 분들은 없다. 본사에서 상담을 통해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달았다. 점주 입장을 배려하는 프랜차이즈처럼 보이지만, 현재 해당 업체 전·현직 점주들은 본사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본사는 가맹계약 당시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보장한다고 홍보했으나, 점주들은 실제 창업을 하니 매장 영업이익률이 본사 예상치와 확연히 달라 오히려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점주 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본사가 점주에게 억대 손해배상을 할 것을 명령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에는 같은 안건으로 점주 20명이 청구 소송을 제기, 현재 점주와 본사 간 2개의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창업 전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신중을 기울여야 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창업비용 지원, 무이자 대출 등의 파격적 조건을 내건 신생 브랜드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명 대한가맹거래사협회장은 "신생 프랜차이즈는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아직 시장에서 입증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런 가맹본부가 어떻게 큰 혜택과 함께 고수익까지 보장한다는 것인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협회장은 "신생 프랜차이즈의 경우 무자격 컨설턴트를 고용, 컨설턴트가 창업 희망자를 한명 모집해오면 리베이트를 주는 방식으로 가맹점주를 모으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영업에 현혹당하다 보면 계약 조건 등을 미처 확인하지 못해 불리한 상황에 처하기 쉽다. 인증된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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