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벌금 500만원 선고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아내가 암으로 숨지자 통장에 있던 돈을 자신의 계좌로 옮겨 써 버린 70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횡령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76)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11월 사실혼 관계에 있던 B씨가 사망하자 그의 통장에 있던 돈 약 3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A씨는 1999년부터 B씨와 사실혼 관계로 지내왔는데, B씨가 숨지자 그의 통장에 있던 돈 약 41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했다. 그중 1000여만원은 B씨 장례 비용으로 지불하고 나머지 돈은 법정상속인인 B씨 자녀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개인 채무 변제, 생활비 등에 사용했다.
A씨는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게 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해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지 2시간여 만에 상속인들의 소유임이 분명한 망인 명의의 계좌에서 상당한 액수의 금전을 인출해 횡령했다"며 "횡령 액수, 피고인의 반성 여부, 범행 후 정황 등으로 고려하면 약식명령으로 정한 형이 가볍다"며 벌금액을 500만원으로 올렸다.
A씨는 항소심 법정에서도 "평소 소득을 B씨에게 맡겼기 때문에 B씨 계좌에 있던 돈은 공동소유로 타인의 재물이라고 할 수 없다"며 "B씨 병원비를 위해 부담하게 된 채무 변제에 남은 돈을 썼기 때문에 횡령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2021년 8월 말 B씨 계좌 잔액이 약 170만원에 불과했고 암 진단 후 같은 해 10월부터 1년 사이 17차례에 걸쳐 8000여만원의 보험금이 입금된 점으로 비춰볼 때 B씨 계좌의 돈은 주로 보험금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돈이 B씨 계좌에 입금됐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암 진단 이후 B씨 부탁으로 A씨가 계좌를 관리하며 돈을 보관하고 있었고 B씨 사망에 따라 자녀들이 계좌에 입금된 돈의 예금채권을 상속한 만큼, A씨가 B씨 자녀들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점도 유죄 근거로 삼았다. "형이 무겁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형을 변경해야 할 정도로 특별한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며 원심 형을 유지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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