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정세현 비판 정면 반박
정부가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외교가 재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또한 이재명 정부 내의 이른바 동맹파와 자주파 간 분열설을 부인하며, 현 정부는 실용 외교를 지향하는 '실용파'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만난 자리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간 대화 재개 여부와 관련해 "지금으로서는 단정적으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렇게 될 가능성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집권 1기였던 2019년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한국을 전격 방문해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이번 발언은 이 같은 전례를 고려해 유사한 방식의 북미 정상회담 재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김 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미국과 대화할 의향을 내비친 이후, 정부 판단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불과 한 달 전인 8월 말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대치를 높게 잡지 않는 것이 건설적"이라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김 위원장 또한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며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다.
아울러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안보 라인이 '동맹파' 중심이라며 인적 쇄신을 주장한 데 대해 "정부가 동맹파와 자주파로 나뉘어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자주파는 남북 공조, 동맹파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정권 내 그룹을 일컫는다. 현 정부에서는 이종석 국가정보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자주파로,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이 동맹파로 평가된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석자 모두가 실용외교를 지향하는 실용파"라며 정부 내 분열설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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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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