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캠프, '칭찬 댓글' 지시 의혹
라이벌 비난 댓글 지시 정황도 드러나
댓글 논란 커지자 즉시 사과 나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차남이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의 유력 후보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선거캠프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긍정적인 코멘트(댓글)'를 써 줄 것을 요청했다 들통나자 즉각 사과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민영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 일본 언론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나 자신은 몰랐던 일이지만 총재 선거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주간지 주간분슌(文春)의 보도로 알려졌다. 주간분슌의 보도에 따르면, 고이즈미의 홍보반장을 맡고 있는 자민당 마키시마 가렌 중의원(하원) 사무소가 동영상 공유 사이트 '니코니코영상'에 "포지티브(긍정적인)한 코멘트를 써 달라"며 메일로 요청했다. 해당 메일에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에 대해 "총재가 틀림없다", "드디어 주인공 등장", "진흙냄새 나는 일도 해내고 한 꺼풀 벗었다" 등 예로 든 '칭찬 댓글' 24문장이 담겼다. 특히 메일엔 "비즈니스 사이비 보수에게 지지 말라"는 등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의 라이벌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을 비난하는 듯 한 비난 댓글도 포함돼 논란이 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응원의 메시지를 늘리고 싶었던 생각이었다고 들었다"며 "참고 댓글에 지나친 표현이 있어 적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른 후보를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메일은 마키시마 의원 사무소의 독자적 판단으로 전달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최종적으로 일어난 일의 책임은 나에게 있기 때문에 비판은 제대로 내가 받겠다"고 강조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철저한 재발 방지로 "계속 긴장감을 갖고 총재 선거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하자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응원의 메시지를 늘리고 싶었던 생각이었다고 들었다"며 "참고 예에 지나친 표현이 있어 적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오는 4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린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5명의 후보 가운데 강력한 '양강'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니혼TV가 자민당 당원·당우에게 독자적으로 실시한 전화 조사에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의 지지율은 32%(295표로 환산 시 95표)로 1위,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28%(83표)로 2위로 집계됐다. 반면 산케이신문과 FNN이 20~21일 전국 18세 이상 10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합동 여론조사에서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28.3%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25.7%)을 앞섰다.
한편,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일본 정치인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6년 전 미국 뉴욕의 행사에서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 언급했던 말이 밈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면서 '펀쿨섹좌'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당시 기후변화 대책에 펀(fun)하고, 쿨(cool)해야 한다. 당신도 섹시(sexy)해야 한다"고 답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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