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탓 출근 못한 피해자, 회사는 해고
톈진시 진난구 인민법원 산재 인정
중국에서 출장 중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당한 뒤 해고된 여성이 당국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이는 중국에서 직장 내 성폭행이 산재로 인정된 첫 사례다.
2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톈진 진난구 인민법원에서 열린 성폭행 산재 관련 노동 분쟁 사건에서 피해자 최리리씨(41)가 산재 인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톈진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연봉 100만위안(약 1억9700만원) 이상의 영업관리자로 근무한 최씨는 2023년 9월 동부 저장성 항저우로 직장 상사 왕모씨와 함께 출장을 떠났다가 왕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이후 2024년 4월 왕씨는 강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같은 달 최씨는 정당한 사유 없는 결근을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됐다.
현지 사법기관은 최씨가 성폭행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진난구 인력자원사회보장국은 그의 건강 문제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하지만 회사는 산재 인정 결정에 불복, 인사사회국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진난구 노동조정위원회는 최씨의 전 고용주가 113만위안(2억232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회사는 항소하지 않았다.
최씨는 지금까지 2만위안(약 395만원)만 지급받았으며 배상액을 200만위안(3억9500만원)으로 상향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재판 당일 최씨는 성폭행 당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착용했다. 최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번에는 모욕당했지만, 이번에는 정의를 위해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PTSD 치료를 받고 있다. 최씨는 "사건 이후 악몽을 자주 꾸고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며 "약과 커피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내 삶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는 비슷한 경험을 겪은 여성들에게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중국의 유명 여배우이자 페미니즘 활동가인 야오첸은 최씨를 지지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씨는 언론 앞에 직접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극소수 피해자 중 한 명"이라며 "많은 어려움 겪었음에도 믿음과 지혜로 스스로를 위해 싸우는 용감한 여성"이라고 밝혔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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