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앉았다고 호소하는 점주들
본사가 업종 전환 유도하며
과도한 대출 알선했다고 주장
본사측 "창업 기회 갖도록 도왔을 뿐...중간 이익 없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했던 임모씨는 무한리필 고깃집으로 업종을 전환했다가 빚더미에 앉았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무한리필 고깃집으로의 업종 전환을 설득하며 제시했던 대출 혜택은 1년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으로 임씨에게 돌아왔다.
지난달 16일 A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대출 권유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4명의 점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A사가 피해자들에게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을 체결하면서 공통적으로 내건 혜택은 '대출'이었다. 소자본 창업자도 수익이 날 수 있도록 대출에서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걸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은 끝내 소상공인들을 울리는 빚 독촉장으로 되돌아왔다.
"월 수익률 20%라고 했는데 수억원 빚만 남았습니다."
임씨는 A사가 새로 열 고깃집의 점포 임대 보증금만 마련하면 모든 걸 해결해 주겠다고 한 말을 믿었다고 한다. 임씨는 "막상 보증금을 마련해 점포 계약을 하자 본사는 인테리어 공사비 대출, 주류대출, 집기·오븐 렌탈·리스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면서 "그때라도 그만뒀어야 했는데, 인테리어 비용 계약금 1000만원을 선입금하면서 빚의 꼬리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임씨는 본사가 요구한 3억원이 넘는 돈을 인테리어 비용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빚의 덫에 빠졌다. 신용도가 높지 않았던 임씨가 대출을 못 받는다고 하자 본사는 IBK저축은행을 알선해줬고, '연대보증'까지 제공해주겠다는 말에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연 9.5% 금리로 3년간 매달 1000만원씩을 갚아야 가능한 조건이었다. 임씨는 "본사가 월 수익률 20%를 감안하면 가능하다고 해서 믿었다"고 했다.
임씨는 본사가 새로 구입해야 하는 주방 집기들을 매달 돈을 갚아야 하는 렌탈·리스 형태로 계약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오븐은 4년 약정으로 매달 93만3000원, 주방집기는 3년 약정으로 월 234만원을 내는 조건이었다. 약정 기간을 감안하면 오븐은 약 4470만원, 주방집기는 약 842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주류대출 5000만원까지 받고 나니 임씨가 5년 안에 갚아야 할 돈은 5억원이 넘었다.
장사를 시작한지 1년이 넘었지만 매출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임씨는 빚 내서 시작한 고깃집 프랜차이즈를 적자 운영 중이다. 임씨는 결국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A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창업 자금이 부족한 점주들을 위해 '대위변제 약정 제도'를 운영하며 신용등급이 낮은 예비 점주들도 창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이라며 "점주들은 저축은행과 직접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로 본사는 중간에서 어떠한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대위변제 약정 제도는 본사가 가맹점주의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할 시 대출 채무를 대신 변제해주는 제도다. 다만, 점주의 육류 대금 등 미수금이 있을 시 대납을 하지 않을 수 있다.
A사 관계자는 "인테리어 공사 관련해서도 불합리한 계약은 없었으며 오히려 추가적으로 발생한 공사 비용을 점주가 납부하지 않아 본사에서 대납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본사는 가맹점의 신용도와 관계 유지를 위해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출 원리금을 변제해주기도 했다"고 했다.
"유튜버 광고 믿고 영업했지만…점포 빼앗겨"
'대식가라 무한리필은 좀 그랬는데, 초대를 해주셔서(웃음)' (식당에서 맛있게 시식하는 유튜버 영상)
임씨와 같은 고깃집을 운영했던 40대 김모씨. A프랜차이즈 본사와 계약한 결정적인 계기는 유명 유튜버가 나오는 광고 영상이었다. 무한리필은 불경기 아이템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고, 1억원 매출을 찍으면 순이익이 20%라는 광고도 믿었다고 했다. 본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창업 비용은 50평 기준 1억8700만원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1평에 374만원 정도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본사는 창업 대출로 5억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과거 고깃집을 운영해봤던 김씨는 자신이 있었다. 첫 달 매출은 1억2000만원이 나왔다. 그러나 매달 2000만원씩 떨어지면서 매출은 4000만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상황이 어려워진 김씨는 아르바이트생 월급은 줘야겠다는 생각에 가지고 있던 차량도 팔았다. 그래도 조금은 더 버텨보자고 생각했지만, 인테리어 자금으로 빌린 3억1000만원이 발목을 잡았다. 월 900만원을 상환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본사에 어려움을 이야기하자 본사 측에서는 '월급사장'을 제시했다고 한다. 김씨는 "적자가 그냥 100만, 200만원 수준이 아니라 몇천만원으로 나오니깐 버티기가 힘들었다"면서 "본사는 인테리어 대출을 대신 갚아줄 테니 점포를 넘기고, 새로 만든 점포에서 월급을 받아 일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3억원에 달하는 인테리어 대출을 대신 갚아준다는 말에 일단 점포를 넘겼다고 했다. 월급을 받으면 생활도 다시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해 계약서를 썼다. 김씨의 식당은 직영점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김씨는 본사가 현재 인테리어 대출금을 갚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본사와 저축은행 간 어떤 합의가 없었으면, 신용도가 낮고 담보도 없는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에게 어떻게 3억원을 대출해줬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 "민사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본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익률은 운영자의 매장 운영 참여도, 매출 규모와 운영 효율성, 고정 비율(임대료·인건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 "점주의 매장 운영과 능력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나는 것이고, 모든 프랜차이즈가 동일한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빚 때문에 월세살이…연락 닿지 않는 본사"
올해 5월부터 A사와 계약을 맺고 한우 고깃집을 운영 중인 박모씨는 매달 적자 운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개월 만에 매출은 첫 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선 사례자 임씨와 김씨가 영업했던 무한리필 고깃집 브랜드를 운영하는 A사가 출시한 새로운 브랜드다.
박씨는 "본사는 2000평짜리 자체 물류센터와 육가공 작업장이 있다고 했다"면서 "고기 품질이 좋지 않다고 느껴 물류센터와 작업장을 실제로 보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본사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가게 문을 열고 나서부터 본사의 연락과 발길이 뜸해졌다고도 했다.
박씨는 A사로부터 신규 프랜차이즈 매장을 낸 점주들이 수억원대 대출을 받았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도 봤다면서 "지금 망가진 분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 집까지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를 못 갚아서 가게가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놓인 점주도 있고, 빚 때문에 이혼하고 월세 20만원에 사는 점주도 있다"면서 "본사는 이러한 점주들 전화도 잘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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