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7세로 숨진 세계 최고령 스페인 여성
생전 본인 연구해 사람들 도와달라고 당부해
장수 비결, 유전적 원인…생활 방식도 영향
117세 168일의 나이로 별세한 '세계 최고령자' 스페인 여성의 장수 비결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을 인용해 "스페인 호세프 카레라스 백혈병 연구소와 바르셀로나대 연구진이 지난해 사망한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의 유전자와 생활 방식을 연구했다"고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의학저널 '셀 리포츠 메디신'에 실렸다.
브라냐스는 지난 19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8세에 부모의 고국인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그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 스페인 독감,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격변을 겪어왔다. 113세에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했고, 지난 2023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세계 최고령자로 기록됐다.
그의 아들은 52세에 사망했으나 두 딸은 현재 92, 94세다. 다른 가족과 친척들은 알츠하이머, 암, 결핵, 신장질환, 심장질환 등 많은 사람이 앓는 질환으로 사망했다.
브라냐스는 생전 의사들에게 본인의 장수를 잘 연구해 사람들을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연구진은 사망 1년 전 채취한 그의 혈액과 타액, 소변, 대변 등 샘플을 활용해 유전체와 전사체, 대사체, 단백질체, 미생물군 등 생물학적 프로필을 작성하고 분석했다.
심장·뇌 세포 보호 유전자 있어…체내 염증 수치도 낮은 편
연구진은 "브라냐스가 염색체 말단소립(텔로미어) 소모, 비정상적인 B세포 집단, 백혈병이나 염증성 질환 위험을 높이는 클론성 조혈증 등 노화의 징후를 분명하게 보였다"면서도 "말단소립은 유난히 짧아 세포 분열의 양을 제한해 암을 막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DNA 분석 결과 심장·뇌 세포를 질병과 치매로부터 보호하는 유전자 변이가 있었다"며 "몸 전체에 염증 수치가 낮아 암과 당뇨 위험을 낮췄고 콜레스테롤과 지방 대사도 원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을 이끈 마넬 에스테예르 박사는 "브라냐스의 생물학적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최소 10∼15세는 젊었다"고 말했다. NYT는 "브라냐스는 장수를 예측할 수 있는 변이를 가진, 유전적으로 복권 당첨자였다"고 했다.
다만 그의 건강한 생활 방식도 장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브라냐스는 과체중이 아니었고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았다. 요구르트를 하루 3개씩 먹었는데 실제로 그의 신체 내 미생물군에는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움이 많았다. 그는 지난 2001년 이후 혼자 살았으나, 가족과 같은 마을에 살았고 늘 친구들이 곁에 있을 만큼 양호한 사교 생활을 했다. 5년 전까지는 피아노도 쳤다.
에스테예르 박사는 "고령자 건강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브라냐스의 부모는 아주 좋은 유전자를 물려줬지만,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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