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00명 수준에서 3년새 6배 급증
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 주요 원인 꼽혀
아랍에미리트·미국·이탈리아
대한민국에서 상속세로 걷은 액수가 세금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주요국 가운데 1위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4배를 넘는다. 상속세의 취지가 일정한 자산을 보유한 중산층 이상 부유층이 내는 세금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선 한국의 상속세 제도가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이민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파트너스가 발표한 '2025년 부의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고액 자산가 수는 약 24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400명 수준에서 6배 급증한 수치다. 보고서는 급격한 증세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부담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최대주주 할증을 포함할 경우 60%에 달한다. 미국과 영국은 40%, 일본은 55% 수준이며 OECD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없다. 이러한 높은 세율은 실제 기업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경제
핸리앤파트너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고액 자산가 순 유출 규모에서 영국·중국·인도에 이어 4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이주지는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이탈리아 순으로 꼽혔다. 대규모 이탈 이유로는 급격한 증세, 상속세 부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등이 꼽혔다. 교육 환경 악화 및 사회 갈등도 거론됐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최대 주주 할증을 포함할 경우 60%에 달한다. 미국과 영국은 40%, 일본은 55% 수준이며 OECD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없다.
해외 이주비도 8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
높은 세율은 실제 기업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 자산 반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접수된 해외 이주 신고 6300건의 해외 이주비는 총 5조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평균 7억원이던 해외 이주비는 올해 상반기 15억4000만원으로 8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윤 의원은 "정부가 경쟁국 대비 불리한 세제를 고집하면 부자들은 발 빠르게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다"며 "자본 유출은 국내 투자 감소와 고용 축소, 세수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가운데 재계에서는 과도한 상속세는 실제 기업 운영과 경제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사례다. 약 10조원 규모의 유산 중 60%에 해당하는 수조 원을 유족이 상속세로 납부했고 이에 따라 정부가 넥슨 지주사 지분을 5조 원어치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가운데, 지난 6월께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역시 상속세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서 회장은 "상속·증여세로 못해도 6~7조원은 내야 할 것이기에 승계할 방법이 없다"며, 제가 죽으면 회사의 절반은 국가가 가져가고, 절반은 2세들에게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