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2시간20분만에 처리한 법률, 이후 계속 수정작업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서 추가 문제 발견
부서별 역할부터 장관명 오기까지 드러나
이재명 정부의 첫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졸속처리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정부조직법의 실질적 법안심사를 담당하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불과 2시간 만에 심사가 끝났는데, 이후 부칙 등에서 수많은 오류 등이 발견돼 체계자구 정리과정에서 대대적인 추가 보완작업을 거쳤던 것이 확인됐다.
25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법안소위 이후 당시 마련된 대안(代案) 내용과 22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대안 사이에는 부칙 등에서 내용과 관련해 상당한 차이가 확인됐다. 대안의 문제점을 사후적으로 파악하고 바로 잡았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부칙은 정부조직에서 부처별로 맡는 역할에 대한 조정과 함께 관련법 등을 대거 정비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다른 법률의 개정을 담은 부칙 7조의 경우 600개가 넘는 조항 등이 담겼는데, 이는 정부조직 변화에 따라 장관 명을 바꾸는 것부터 소관 법률을 구분하는 등 관련법 개정 내용이 포함된다. 문제는 각각의 법률마다 어느 부처가 담당 부서인지가 결정되는데 부칙을 고치면서 이 내용 등이 바뀌었다. 가령 고용정책 기본법과 관련 내용에서 당초 소위 심사를 거친 대안에서는 재정경제부 장관과 기획예산처 장관(부칙 7조 401항)이관련법 소관 장관으로 제시됐지만, 행안위 전문위원들의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마련된 최종 대안에는 재정경제부 장관(부칙 7조 399항)만 남았다.
이외에도 법안소위를 통해 의결 당시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명칭을 기후에너지부장관으로 표기한다든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산업통상부장관 등으로 잘못 표기한 내용도 상당수 확인됐다. 부칙 등의 경우 심사 단계마다 전체 숫자가 달라지는데 7조의 항목은 629개였다가 628개를 거쳐 626개로 법사위에 넘어갔다. 부칙 개정사항은 무수히 많아 단순 대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처럼 부실 심사가 있었던 것은 정부조직법이 초고속으로 심사된 탓이 컸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발의한 정부조직법은 16일 행안위에 회부돼 17일 전체회의에 상정됐고, 18일 법안소위 심사를 마쳤다. 339쪽(대안 기준)에 달하는 법안 내용이 불과 법안소위에서 다뤄진 시간은 오전 10시6분부터 시작해 오후 12시26분까지 모두 2시간20분에 불과했다. 이후 주말을 거쳐 22일에 다시 전체회의가 열려 상임위 의결 절차를 마쳤다. '새 정부가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명분 아래에 초고속으로 심사를 마친 것이다.
이 문제는 행안위 전체회의 등에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부칙 등 내용이 계속 수정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22일 행안위 전문위원은 "19일(금) 심사 내용을 반영해 대안 자료를 보냈는데, 이후 20일(토)과 21일(일) 실무자들이 오탈자, 인용 조문 아귀가 안 맞는 부분을 확인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졸속으로 심사된 법안을 행안위 전문위원 등이 주말을 반납해 뒷수습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계속됐다. 체계 자구 심사권을 가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을 거치면서 추가적인 문제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 개편 취지에 맞지 않게 소관 범위가 조정됐다거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 권한을 침해한 정부 위원회 조정 문제 등이 추가로 드러나 지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미 평창동계올림픽대회 특별법처럼 실효된 법률 등이 정부조직법 등에 반영되어 있어 관련 내용 등을 삭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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