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공계 전성시대 포럼' 개최
오 시장 "이공계 인재 확보 선제 대응"
학비·연구비·주거비 부담 없애 집중 지원
서울시 "도시 계획적 지원 지속할 방침"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공계 전성시대'를 선언했다. 의대 쏠림으로 흔들리는 과학·공학 인재 공급 구조를 반도체·인공지능(AI)·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종합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25일 오 시장은 고려대학교 미래융합기술관에서 열린 '이제는 이공계 전성시대 포럼'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3NO 1YES' 비전을 발표했다.
▲학비 걱정 NO ▲성과 압박 NO ▲주거비 부담 NO ▲이공계 자긍심 YES의 의미를 담은 이번 지원책은 이공계 인재가 연구·학업·창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우선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연구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이공계 미래동행 장학금'을 신설한다. 기존 석·박사 과정 중심 지원을 박사 후 과정까지 넓히고, 연 지원 금액을 석사 2000만원·박사 4000만원·박사 후 과정 6000만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 라이즈 텐(RISE 10) 챌린지' 추진을 통해 최장 10년간 안정적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단기 성과 압박에서 벗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와함께 '이공계 인재 성장주택'도 조성해 주거 부담을 완화하고 연구·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밖에 '서울 과학인의 상'을 신설해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낸 과학기술인을 시상하고 국제학술대회·CES 등 세계 무대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포럼에서 오 시장은 이공계 인재 확보가 국가와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부상한 만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연구개발 인력과 기술력에서 우위를 선점하며 미래 산업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AI 관련 연구자 수는 중국 41만명, 미국 12만명, 한국은 2만명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발표된 'AI Index 2025'에 따르면 미국은 AI 분야 순유입 인재 지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하위권에 머물러 글로벌 인재 경쟁력에서 뒤처져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추진했던 관련 지원책도 점검하기로 했다. 시는 단기 처방을 넘어 대학·산업·연구 생태계를 혁신해 과학기술 인재가 성장할 기반을 구축해 왔다. 2022년 '대학 도시계획 지원방안'을 통해 ▲자연경관지구 내 높이 제한 완화 ▲혁신성장시설 도입 시 용적률 완화 ▲학교경계부 사선(1.5D) 제한 완화 등 규제를 개선해 대학 연구·교육 공간을 대폭 확충했다.
고려대학교 '정운오IT교양관'은 그 첫 결실로, 첨단분야 인재 육성을 위한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계약학과)·스마트모빌리티학부(현대자동차 계약학과)의 연구·실험실 등 교육공간을 갖췄다. 기존 7층 규모를 10층으로 확장하고 최상층 층고 5.5m를 확보해 실제 반도체 공정 실습이 가능한 최첨단 FAB실험실을 마련했다. 중앙대, 세종대, 성균관대, 홍익대, 이화여대 등 다수 대학에서 혁신성장시설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인재 양성과 창업 생태계 조성에도 속도를 내왔다. 청년취업사관학교와 캠퍼스타운 등을 통해 AI·바이오·핀테크·양자 등 첨단 분야에서 2만여명(2021~2025년)의 인재를 양성했다. 또한 대학과 지역이 협력하는 창업 거점을 확충해 서울을 '창업하기 좋은 도시' 세계 8위(2025년)로 끌어올렸다.
김미영 서울시 경제정책과 혁신기술팀장은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장기 연구가 가능한 환경과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인정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이공계 인재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시 계획적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오 시장의 비전 선포에 이어 김영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장이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 인재의 시대적 요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어진 패널토론 '이공계 위기 시대, 인재 양성을 위한 해법'에서는 원용걸 서울시립대학교 총장이 좌장을 맡아 '국가 차원의 이공계 인재 정책 우선순위와 지자체의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토론에는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센터장, 백정욱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 인사실장,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가 참여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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