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난 3년 동안 7차례에 걸쳐 무려 70%나 올랐다. 이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kWh당 179.23원으로 공급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드는 주택용 155.52원보다 15%나 더 비싸다. 심지어 미국의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절반이나 더 높은 수준이다.
기업의 전기요금은 기업주가 개인적으로 내지 않는다. 오히려 제품의 원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가서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급격하고 과도한 인상은 정부의 정책 실패 비용 때문이다.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원전과 석탄 화력을 줄이는 대신 단가가 2~3배나 더 비싼 LNG와 재생에너지를 무작정 확대해버린 망국적인 탈원전의 결과다. 지난 정부의 포퓰리즘도 한몫했다. 문재인 정부 남겨준 탈원전 비용을 몽땅 산업용에 쏟아부어 버렸다.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비싼 전기요금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비정상이다.
결국 기업이 한전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스스로 전기를 생산해서 쓰겠다는 것이다. 탈원전과 포퓰리즘이 국가적 낭비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자칫하면 한전을 중심으로 구축해 놓은 전력산업이 통째로 무너질 수도 있다.
비싸도 너무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제조업의 붕괴를 가속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제조업은 자영업과 함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의 과잉 투자와 미국의 무차별적인 투자 압박도 심각하지만,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 등의 제도적 환경도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환경 비용까지 치솟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원료비를 제외한 순 제조원가의 25%가 전기요금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으로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 기후환경에너지부로 개편되는 환경부가 '탈원전 시즌 2'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현재 34GW인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100GW로 늘이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13GW의 태양광·풍력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뜻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가장 확실한 '무탄소 전원'인 원전은 "국민의 공론화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산 태양광·풍력 설비를 마련하는 일은 물론이고 부지를 찾는 일도 만만치 않다. 결국 어민들이 생계를 이어가고, 해군이 국방을 위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바다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인공지능 혁신(AX)과 녹색 전환(GX)에 필요한 품질 좋은 전기를 넉넉하게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재생에너지의 극심한 간헐성 때문에 100GW의 설비로 실제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은 최대 20GW에도 미치지 못한다.
설비만 갖추면 전기가 펑펑 쏟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지(奧地)나 바다의 재생에너지 설비와 국가송전망을 연결해 주는 '계통접속'에 필요한 거미줄 같은 송전망도 필요하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국도'와 '지방도'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3월에 제정한 '특별법'이 적용되는 '국가기간 전력망'과 전혀 다른 차원의 시설이다. 이미 2만 개를 넘어선 재생에너지 설비의 실시간 관리도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랬듯이 '어차피 안 될 일'이라고 그냥 넋을 놓고 있어야 할 모양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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