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피의자 "윗선 지시 따라 움직였다"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피의자인 중국 국적 남성들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24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침해) 및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등 혐의로 중국동포 A씨(48)를 구속 상태로 25일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자신의 차량에 불법 소형 기지국(펨토셀)을 싣고 경기 광명·부천소사·과천, 서울 금천·동작·서초, 인천 부평 등의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닌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상선은 해당 지역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모바일 상품권 구매, 교통카드 충전 등의 소액결제를 했다.
경찰이 접수한 피해 규모는 지난 22일 기준 214명에 1억3650여만원이다. KT가 자체 집계한 피해자 수는 362명이며, 피해금은 2억4000여만원이다. 또 고양시 일산동구도 피해 지역에 포함돼 있어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의 피의자인 중국 국적 남성 A씨(왼쪽)와 B씨가 지난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영통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한국에서 일용직을 전전하던 이른바 조선족으로, 생활고를 겪다가 중국의 상선으로부터 500만원을 받는 대가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람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가라", "신호가 잘 잡히는 새벽 시간대에 돌아다녀라"라는 등의 윗선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 장소를 지정받아 차를 몰고 이동했다.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같은 곳을 여러 차례 '빙빙' 도는 모습 등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한 달여간 범행을 지속하다가 KT가 비정상적인 소액결제 시도를 차단한 지난 5일 상선의 지시로 일을 멈추고 보따리상을 통해 펨토셀을 중국으로 보내기 위해 사전 조치를 했다. 이어 중국으로 잠시 건너갔다가 자신이 용의자로 특정된 줄 모른 채 한국으로 입국한 16일 오후 2시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A씨 검거 직후 붙잡힌 또 다른 중국동포 B씨(44)는 A씨의 상선이 소액결제 한 건을 여러 차례 교환 과정을 거쳐 지류 백화점 상품권으로 바꾼 뒤 현금화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총 2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 중 자기 몫 1000여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국내 환전소를 통해 중국 계좌로 송금했다. B씨가 송금한 2억여원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 피해금이 모두 포함됐다.
경찰은 또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을 중국으로 송금하는 데에 공모한 중국 국적의 60대 환전소 업주도 입건했다. 다만 경찰은 A씨와 B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 몇 명이나 되는지 등에 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구속 기간 만료에 따라 B씨 역시 우선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남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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