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1층 라멘가게에 1333만원 벌금 통지서
공용공간에 우산꽂이·벤치 놨다가 하루 각각 47만원
사람 이동 방해되고 안전 위해 지적…실제 벌금 부과는 안돼
공용 공간 사용을 둘러싸고 일본 도쿄에 있는 한 맨션(아파트)의 관리조합이 1층 라멘 가게에 벌금 141만 엔(약 1330만 원) 의 통지서를 보내 논란이다.
TV아사히 '굿!모닝'은 23일(현지시간) 방송에서 왜 이렇게 높은 금액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 관리조합의 이사회 회의를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갑작스러운 규제… 라멘 가게뿐 아니라 다른 가게에도 영향
방송에 따르면 라멘 가게 주인은 "우산꽂이를 놓으면 하루에 5만 엔(약 47만 원), 긴 의자를 놓으면 5만 엔(약 47만 원) 이런 식으로. 합계가 약 140만 엔(약 1323만 원)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달, 라멘 가게에 도착한 벌금 총액은 141만 엔(약 1333만 원) 에 달했다.
문제가 된 맨션은 도쿄에 있는 지상 9층, 준공 48년 된 건물로, 역에서 도보 3분 거리의 좋은 입지다. 1층에는 라멘 가게 외에도 여러 점포가 있고, 현재 103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공용부에 삼각 콘이 설치돼 자전거 등 주차가 제한되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은 "그동안은 다들 가게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장을 보고 했었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는데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규제는 라멘 가게만이 아니라 다른 가게에도 영향을 미쳤다. 16년째 영업 중인 청과점 주인은 "예전에는 점포 앞까지 물건을 진열했다. 옆 공간도 쓰고 했다. 채소가게는 가게 안만으로는 장사가 안 된다. 어느 상점가를 가도 앞에 내놓지 않는가. 솔직히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앞에) 진열하고 싶은 건 눈길을 끄는 특가 상품이다. 관리조합에 요청서도 내고 '(공용부를) 빌려 달라'고 했는데, 아직 결과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벌금 규칙'을 만든 이유
관리조합은 왜 '벌금 규칙'을 만들었을까. 이사회에서는 "사람의 안전을 우선하고 싶다. 재해가 났을 때 그런 곳에 물건이 여기저기 놓여 있으면 대피로로 쓰기 위험하다" "몇 년째 이어져 온 문제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관리조합에 따르면, "공용부에 물건이 놓이면 미관을 해치고, 재해 시 피난로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각 점포에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부 점포가 받아들이지 않자 '벌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벌금 규칙이 있었기에, 몇 달 만에 이렇게 깨끗해졌다"고 했다.
임시 총회에서는 입주자의 과반수 찬성으로 공용부 사용 세칙에 구체적인 벌금 금액을 명기하기로 했다. 관리조합 이사장은 "자신의 가게 앞 공용부를 자기 점포 전용 공간이라고 착각하게 만든 조합의 태만도 반성해야 한다"면서 "(점포 측은) 잠깐 온 손님이 자전거를 15분, 20분 세웠을 뿐인데 벌금이나 페널티라고 하면 너무 가혹하다고 말한다. 이해는 된다. 하지만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는 활발히… 벌금은 실제로 청구하지 않기로
관리조합과 점포 측은 적극적으로 대화도 시작했다. 벌금 통지에 처음 당황했던 라멘 가게 주인은 "통보 오류였던 것이다. 7월에 결정된 일이 저희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벌금 통지만 와서 '이게 뭐지?' 싶었다"고 말했다. 공용부 사용 세칙의 벌칙 조항은 7월에 라멘 가게 임대인 측에만 전달됐고 정작 점주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라멘가게 주인은 "앞으로는 갑자기 벌금을 통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를 하자는 이야기를 이사장님께서 해주셨다. 저도 양보해서 규칙은 지키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라멘 가게에 통지했던 141만 엔의 벌금은 관리조합이 실제로는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관리조합 이사장은 "다음 과제는 이 정비 상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이다. 페널티 방식이 아니라, 점포와 조합이 함께 지혜를 모아 지금의 상태를 지켜가고 싶다"고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