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총리 역할과 과제' 포럼
“R&D 성과는 논문 아닌 사회적 파급력”
예산 안정성과 인재 육성 강조
“부처 칸막이 넘어 협력 체계 구축해야”
17년 만에 과학기술부총리 제도가 부활한다. 과학계는 정부 내 과학기술 위상이 강화되는 점을 반기면서도, 단순히 연구개발(R&D) 지원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되며 국가 전략 차원의 정책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정적인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 내 전담 상임위원회 신설과 부총리 산하 별도 예산 편성도 제안됐다.
23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한국공학한림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공동 주최한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기술선도 성장을 위한 역할과 과제'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의 의미와 과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정부·여당과 대통령실은 지난 7일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과기부총리로 승격하는 방안을 공식화한 바 있다. 2004년 과학기술부가 부총리급으로 격상됐다가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되며 제도가 폐지된 뒤 17년 만의 복원이다.
이날 안준모 고려대 교수는 화웨이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사례를 언급하며 "R&D는 단순한 성장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외교 협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총리가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며 국가 차원의 전략 효과를 만들어내야 하고, 인공지능(AI) 규제와 진흥 정책이 부처마다 충돌하는 현실에서 교통정리를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 R&D 예산의 5% 정도를 별도 예산으로 부총리 권한 하에 둬야 독자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며 운영 시스템과 예산 구조 정비 필요성도 제안했다.
박찬수 STEPI 부원장은 "과학기술혁신정책은 국가 임무 중심의 방향성이 중요하다"며 "부총리는 예산, 인재, 전략기술까지 총괄해야 하며 대규모 R&D 사업은 논문·특허 성과가 아니라 사회적 파급력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며 "정치적 변동에 좌우되지 않도록 국회 내 과학기술 전담 상임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인재 경쟁과 관련해서도 "과학기술 인재 육성은 법무부, 산업부, 외교부 등 여러 부처와 맞닿아 있다"며 "해외 인재 유치와 정착 지원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부총리가 총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경 KAIST 교수(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는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부총리는 단순 조정자를 넘어 산업·기초연구·중소기업을 아우르는 혁신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며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위기나 코로나19 당시처럼 부처 칸막이를 넘어서는 협력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정부 시절 과기부총리는 예산 조정에 국한되면서 정책 미스매치가 발생했다"며 "이번에는 단순 예산 조정이 아니라 협력적 거버넌스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유상임 과기정통부 전 장관도 참석해 "AI 대전환 시기에 과학기술부총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필수"라며 "지금처럼 부처 간 소통이 어려운 현실에서 부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제도가 성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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