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韓 안주할 수 없는 위기 국면"
LCD 中 독점, OLED도 2028년 추월
세액공제 이월 연장, 시설 투자 촉구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국회와 업계, 학계는 기술 초격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세액공제 확대와 연구개발(R&D)·인력·인프라 등 총체적인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주관한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 포럼'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와 박준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이한구 LG디스플레이 상무, 김병욱 동진쎄미켐 사장 등 유관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한국의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의 추격으로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공감했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이 느긋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 중국이 이미 우리를 추월하는 산업 영역이 발생하고 있고, 정부의 역할과 기업체와의 연계, 협력 방식이 지적을 받고 있다"며 "디스플레이도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추세로 보면 결코 안주할 수 없는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승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도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의 무수한 추격에 아성을 위협받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산업 양대 산맥인 삼성과 LG에서도 투자를 축소하면서 소부장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주관한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 포럼'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이날 발제를 맡은 박진한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이사는 LCD(액정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미 중국이 독점적으로 점유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박 이사는 "과거에는 한국, 중국, 대만 TV 패널업체가 서로 경쟁을 하면서 서로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공급하려고 노력을 하던 경쟁 체제였다면, 지금은 중국 업체가 독점하면서 삼성·LG의 TV용 패널 구매 비중도 대부분 중국산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기존의 LCD 시장 중심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 OLED 시장 수요의 70%는 한국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2028~2030년이 되면 중국이 한국의 점유율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OLED 기술의 경우 한국이 기술적인 우위를 갖고 있지만, 지금의 성장 속도대로면 중국 업체가 빠른 속도로 양산 시점을 앞당겨 기술력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아울러 2030년 이후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크로LED 시장에서의 R&D와 양산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경영부원장은 "중국은 차원이 다른 산업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며 "산업 생산 능력을 확 늘리게 되면 그 산업에 대해서 일시적으로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을 하게 되고 대부분의 경쟁국과 경쟁 기업들은 전부 다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 첨단 제조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지금 상당히 농후하다"며 "현재 가지고 있는 저희 이 위기 의식이 우리가 원팀을 만들 수 있는 근본적인 성장 모멘텀"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국회에 필요한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박준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속적 투자를 위해서는 세액공제 이월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며 "최근 5년간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례가 21건에 달하고 피해규모도 확대되는 만큼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와 강력한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한구 LG디스플레이 그룹장은 "현행 세액공제 제도는 막대한 초기투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첨단산업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미국 IRA처럼 직접환급제와 제3자 양도를 통한 현금화 제도가 도입돼야 기업이 적자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R&D 시설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주관한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 포럼' 참석자들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디스플레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원본보기 아이콘소부장 기업들도 정부의 업계 지원이 절실하다고 봤다. 김병욱 동진쎄미켐 사장은 공급망 안정화와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단가 경쟁력에 있어 열세에 있는 디스플레이 소재·부품 산업 육성 방안으로 '국내 생산된 소재·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 인센티브 제도'를 제안했다.
문성준 에이치비테크놀러지 대표는 "디스플레이는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예타 제도의 유연성 확보, 미래지향적 R&D 강화, 기업 중심 과제 설계가 병행되어야 글로벌 경쟁에서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인재 양성과 연구 개발 지원, 인프라 지원 등 총체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장혁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은 "디스플레이 차세대 기술 부상과 함께 전문인력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인재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어 디스플레이산업에 특화된 인력양성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는 "R&D·세제·인력·인프라 지원을 포괄하는 디스플레이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며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미래 시장 주도권을 잃을 수 있는 만큼 국회와 정부가 산업의 장기비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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