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소송…허용돼선 안 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간 연루 의혹을 보도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100억달러 규모 소송을 제기했지만, WSJ를 소유한 뉴스코프의 루퍼트 머독 전 회장은 해당 소송 기각이 타당하다는 답변서를 22일(현지시간) 법원에 제출했다. 또 머독 전 회장은 해당 기사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17일 WSJ은 "2003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5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쓴 편지를 묶어서 만든 앨범인 '엡스타인 생일 책'에 여성 나체를 그린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가 본인의 서명과 함께 들어가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거짓된 기사로 인한 명예 훼손을 주장하며 10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플로리다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 나체 그림과 서명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소송의 피고는 해당 기사를 쓴 기자 2명, WSJ을 발간하는 다우존스앤드컴퍼니, 그 모회사인 뉴스코프, 이 회사들의 임직원들, 그리고 뉴스코프 창립자인 머독 전 회장 등이다.
머독 등 피고들은 22일 제출한 소장 답변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고 있는 보도의 내용은 사실이며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제기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모독"이라며 소송을 기각할 것을 촉구했다.
피고들은 의회에서 최근 공개된 엡스타인 생일 책에 WSJ이 7월 17일 보도했던 트럼프 대통령 명의의 편지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당시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과시하고 있었으므로 두 사람 사이에 친분이 있다는 보도 내용이 명예훼손이 될 소지도 없다고 했다. 이들은 엡스타인이 문제의 생일 책을 선물 받기 3개월 전 발간된 잡지 기사에 '엡스타인을 알게 된 지 15년이 됐다'며 친분을 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인용돼 있다고 했다.
피고들은 "미국 대통령이 의회가 공개한 문서로 진실임이 입증된 보도를 한 언론사를 침묵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 근거 없는 소송은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을 보도하는 이들의 표현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9일 플로리다 중부 연방지방법원 탬파지원의 스티븐 메리데이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제기한 150억달러 규모 명예훼손 소송의 소장에 담긴 주장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길다며 연방법원의 민사소송 절차 규정에 부합하도록 간략하게 재작성해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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