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의 균형, 선언적 구호에 그쳐선 안돼
'형평성'과 '수월성' 조화 필요
한국 사회 병리 현상을 완화하는 출발점될 것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교육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개인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받을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월성'의 가치를 동시에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둘을 조화롭게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형평성'과 '수월성'을 헌법적 가치 안에서 균형 있게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교육 대전환을 위한 핵심 과제"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덕난 대한교육법학회 회장(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헌법 전문에서 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의 조화를 주문한 것은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뜻"이라면서 "정책을 세울 때 이 조화와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고등교육 정책을 예로 들었다. 이 회장은 "글로컬 대학 지원사업은 수월성 중심 정책의 사례로 볼 수 있고, 대학 혁신지원사업은 형평성을 고려한 정책"이라면서 "소수의 우수 대학을 집중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이 수월성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대학 혁신지원사업은 전국 다수 대학에 지원받을 기회를 제공하면서 자율적인 구조 개혁과 혁신을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정책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과 수월성의 조화를 고민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교육정책의 균형이란 말이 선언적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며 보완 필요성을 짚었다. 이 회장은 지역 대학이 점점 위축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정책이 형평성을 지향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대학 운영 규제 완화 같은 실효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분석했다. 그는 "만약 세계 대학 순위 100위권 또는 500위권 진입을 목표로 지원한다면 이는 수월성 중심의 접근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반면 지역 거점 국립대에 지원을 확대해서 수도권 대학으로의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 정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형평성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현실적으로는 지역 우수대학 육성이 목적이므로 형평성에 무게가 실려 있는 셈"이라며 "다만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정 투입 규모 확대와 국립대의 법적 지위 및 행·재정 의사결정 구조 혁신, 규제 개선 등 제도적 여건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사회 구조를 바꾸는 핵심축"이라며 "교육정책에서 형평성과 수월성의 조화는 결국 저출산·양극화·지역 격차 같은 한국 사회 병리 현상을 완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잠들기 전 '나 지금 얼마있지?' 은행 잔고 확인…10명 중 7명은 밤새 돈 걱정 [세계는Z금]](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93/2025092910272252732_1759109242.jp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