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두고 오겠다며 갯벌 들어가
특공대 등 32명·경비함정 6척 투입해 구조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하다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의 파출소 당직 팀장이 추모의 뜻을 전하겠다며 사고 지점 인근 갯벌에 들어가 해경과 소방대원 수십명이 출동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천해양경찰서와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11시55분께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 인근 갯벌에 A 경위가 들어갔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순직 사고 당시 파출소 당직 팀장인 A 경위는 이날 이 경사 유족들의 추모 현장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했고, 사고 지점인 꽃섬 인근에 국화꽃을 두고 오겠다며 갯벌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A 경위의 돌발 행동에 중부해경청 특공대, 인천해경서 영흥파출소·신항만구조정·인천구조대, 평택해경서 평택구조대·안산구조정 등 32명과 경비함정 6척을 투입했다.
공동 대응 요청에 소방 당국도 A 경위를 구조하기 위해 소방관 4명과 차량 2대를 현장에 보내기도 했다.
해경은 이어 오후 1시6분께 발목과 무릎 사이 높이까지 물이 차는 상황에서 A 경위를 배에 태워 구조했다.
A 경위가 들어간 해안 출입문에는 "어촌계의 사전 승낙 없이 무단출입을 금하고 위반할 경우 관계 법령에 의해 처벌하오니 유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표지판은 수산물 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촌계에서 설치한 것으로, 출입 자체가 불법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16분 영흥도 갯벌에서 고립된 70대 중국인 B씨를 홀로 구조하다가 실종됐다. 이 경사는 B씨에게 구명조끼를 건네고 구조를 시도했으나, 약 1시간 뒤인 오전 3시27분 밀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약 6시간 뒤인 오전 9시41분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건 당시 이 경사는 총 6명과 함께 당직 근무 중이었지만, 이 경사와 팀장을 제외한 4명은 휴식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사가 바다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던 당시 당직 팀장은 다른 동료들을 깨우지 않았다. 파출소의 동료 직원 4명은 이 경사의 빈소가 마련된 인천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상황을 팀원으로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데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너무 한탄스럽고 원망스럽다"며 "당시 (당직 팀장은) 재난망 무전을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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