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에 "사실만 써달라"
팀원들엔 "책임 면하려고 거짓말 안 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갯벌 고립자를 구하다가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의 파출소 당직 팀장이 유족들의 추모 현장을 찾아와 사죄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고 당시 당직 팀장이었던 A 경위는 이날 오전 추모 행사가 열린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에서 유족들에게 "이재석 경사는 가장 믿고 신뢰하는 소중한 팀원이었다"며 "재석이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고 밝혔다.
유족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오느냐" 격분
순직 11일째 되는 이날, 유족들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찾았다. 그런데 A 경위가 예고 없이 현장에 방문, 국화꽃을 들고 무릎을 꿇은 채 사죄했다. 유족들은 A 경위의 얼굴을 향해 국화꽃을 내팽개치고 격분했다. 한 유족은 "네가 여길 왜 오느냐"며 "장례식장에 와서 한마디라도 사과했느냐"며 분노했다.
A 경위는 "사건 관련 드론 영상, 무전 녹음 등 객관적인 자료는 다 남아있어 (사실이) 왜곡될 수 없다"며 "왜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과 문제점이 사실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팀원들에게 "마지막 지시이자 부탁"이라며 "모든 팀원은 성실히 (검찰) 조사에 임해 주시고 책임을 면하기 위해 거짓말이나 추정에 의한 내용을 공표하지 말라"고 말했다.
A 경위는 취재진을 향해 "여러분이 아는 게 다가 아니다"라며 "제발 사실만 써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추가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는 입을 닫았다. 그는 입장을 밝힌 후 사고 지점인 꽃섬 인근에 국화꽃을 두고 오겠다며 갯벌로 들어갔고 해경과 소방 당국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뒤쫓아갔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16분 꽃섬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 B씨를 확인한 뒤 홀로 출동해 구명조끼를 건네고 구조를 시도했으나, 약 1시간 뒤인 오전 3시27분 밀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약 6시간 뒤인 오전 9시41분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건 당시 이 경사는 총 6명과 함께 당직 근무 중이었지만, 이 경사와 팀장을 제외한 4명은 휴식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당직 팀장이 다른 동료들을 깨우지 않았고, 상급 기관 보고를 먼저 제안하고도 실제 보고는 약 1시간 뒤에 이뤄진 것으로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 경사 순직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하고 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