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아끼는 스타트업 웨이브
2018년 창업한 자율주행 유망주
"웨이브는1조달러 기업이 될 것"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자율주행 스타트업 웨이브의 창업자 알렉스 켄달 CEO와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황 CEO는 "웨이브가 다음 1조달러 기업"이라며 켄달 CEO를 격려했습니다. 또 직접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컴퓨터 DGX포드를 건네며 "당신들 차의 차세대 두뇌로 써달라"며 부탁했지요.
웨이브는 AI가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자동차를 운행·제어하는 E2E(엔드투엔드) 모델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우버·닛산 등과 파트너십을 맺은 유망 테크 스타트업으로 통합니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된 서비스를 내놓은 적도 없고, 웨이모나 테슬라처럼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나 우수한 직원을 거느린 기업도 아니지요. 그런데도 황 CEO가 끊임없이 기대를 걸며 전격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젠슨 황이 직접 찾은 英 스타트업
황 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동행한 영국 국빈 만찬 행사에서 영국 스타트업계에 20억파운드(약 3조76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영국은 AI 기술력에 너무 겸손하다. 영국의 첫 1조달러 기업은 AI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테크 기업들은 영국 AI 산업에 총 1500억파운드(약 280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요.
엔비디아는 웨이브와 5억달러(약 7000억원) 추가 투자 양해각서(MOU)를 작성했습니다. 웨이브는 이미 작년 초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10억5000만달러(약 1조4660억원) 투자를 받은 바 있습니다.
직원 10명이던 시절부터 협력
황 CEO가 웨이브와 기술 협력을 시작한 시기는 켄달 CEO가 회사를 창업한지 1년이 지난 뒤인 2018년부터입니다. 당시 웨이브는 직원수가 10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회사였습니다. 황 CEO가 눈여겨본 건 웨이브의 야심이었습니다. 웨이브는 E2E 컴퓨터 비전 자율주행, 즉 단 하나의 AI 모델과 카메라만으로 운전하는 기술을 목표로 했습니다.

웨이브의 가이아 월드 모델. 해당 영상은 모두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상 주행 환경으로, 대량의 실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고도 풍부한 운전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었다. 웨이브
원본보기 아이콘웨이브가 추구하는 E2E 컴퓨터 비전 자율주행은 인지·예측·계획·제어 등 자율주행의 모든 과정을 한 개의 모델로 수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테슬라 같은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이 E2E 컴퓨터 비전 자율주행 방침을 2021년에 확정한 걸 고려하면,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에겐 엄청난 야심이었던 셈이지요.
하지만 웨이브는 스타트업만의 기민성과 창발성으로 거대 기업들 못지않은 성과를 냈습니다. 웨이브는 생성형 AI로 가상의 도로 환경을 만들어 자율주행 모델을 훈련하는 개념인 '월드 모델'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실제 차량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고도 풍부한 주행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AI의 실수를 교정할 훈련용 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강화학습 체육관(RL짐)',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지능을 발현한다는 개념으로 휴머노이드 기술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체화 AI'도 이미 2023년부터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3월 미국 자율주행 테스트에선, 500시간의 훈련 만으로 영국 환경과 동일한 주행 성적을 기록하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도시 환경이나 도로의 형태, 핸들 위치가 변화해도 금세 적응할 수 있는 '지능 일반화'에 도달했다는 뜻입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특혜"
황 CEO는 미국 1위 시총 기업의 창업자이지만, 과거부터 스타트업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드러내 왔습니다. 황 CEO는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기조연설에 나설 때면 항상 새 스타트업들과 어떤 기술 협력을 펼치고 있는지부터 소개합니다. 크런치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벤처 캐피탈(VC) 자회사인 엔벤처 투자액은 2023년 3억달러에서 지난해 15억달러로 5배 증가했습니다. 투자 분야도 챗봇·플랫폼·휴머노이드·데이터 분석 등 매우 다양합니다.
황 CEO의 유망 스타트업 투자는 엔비디아의 사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웨이브를 비롯한 스타트업들은 엔비디아의 하드웨어와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으니, 이들이 커질수록 엔비디아 제품에 대한 수요도 더욱 늘어날 테니까요.
동시에 황 CEO는 높은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개인적 영광'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그는 지난해 테크 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훌륭한 일을 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돕는다"며 "이들은 굳이 엔비디아의 지원이 없었더라도 성공했을 것이며, 오히려 이들에게 투자할 기회를 얻은 내가 특혜를 받은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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