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외환시장 심도를 고려한 정책대응 분석'
대외 충격 실물 영향 최소화 위해 시장 심도 제고해야
대외 충격이 실물 부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외환시장의 심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외환시장의 마찰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외환시장개입, 거시건전성 정책 등이 조합돼야 정책 목표가 효과적으로 달성될 것이라는 평가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외환시장 구조개선, 세계국채지수(WBGI) 편입 등이 투자자의 풀을 넓혀 심도를 높이면서 실물경기 변동 축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한은은 22일 'BOK 이슈노트-금융·외환시장 심도를 고려한 정책 대응 분석'(김지현·김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개방도가 높은 비기축통화국은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 확대나 달러 유동성 축소 등 대외충격 발생 시 기축통화국과 비교해 금융·외환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반응은 대체로 자국 통화 절하와 시장금리 상승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금융시장 경색을 동반하기도 한다.
금융·외환시장 마찰이 클수록 대외충격에 대한 환율 및 금리의 반응은 더 크게 나타나지만, 금융·외환시장의 마찰 정도를 데이터로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보고서에선 '유위험 금리평형(UIP) 프리미엄'을 활용했다. UIP 프리미엄은 한 국가가 대외 차입 시 지불해야 하는 프리미엄을 나타내는 변수다. 즉 국내 경제주체가 대외차입 시 글로벌 투자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추가 비용을 뜻한다.
김민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글로벌 리스크 충격 발생 시 UIP 프리미엄이 크게 확대된다는 것은 해당 국가가 대외 차입 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다"며 "이는 시장 내 마찰이 반영된 결과로, 글로벌 리스크 충격 시 UIP 프리미엄 확대 폭이 클수록 금융·외환시장의 심도가 낮다고 봤다"고 말했다. 시장 심도가 충분히 깊다면 시장이 대외충격을 흡수해 환율과 금리 변동이 제한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충격이 시장에서 흡수되지 못해 환율과 금리가 크게 변동하고, UIP 프리미엄을 더 크게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심도 수준에 따라 충격에 대한 환율 및 단기금리 스프레드의 반응이 다른지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변동환율제 17개국을 대상으로 패널데이터를 구축했다. 분석대상국은 일본,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선진 8개국,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스라엘, 남아공,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 9개국 등이다. 분석 결과, 글로벌 리스크 충격에 대한 우리나라의 UIP 프리미엄의 반응계수는 2.11%로, 선진국 평균(0.41%포인트)에 비해 컸다.
김 과장은 "금융·외환시장 심도에 따라 분석 대상국을 세 그룹으로 분류하고, 글로벌 리스크 충격에 대한 환율 및 금리 스프레드의 반응을 비교 분석한 결과, 글로벌 리스크 충격 시 심도가 얕은 국가에서는 환율 절하 및 단기 금리 스프레드 상승이 함께 나타났다"며 "반면 심도가 깊은 국가에서는 유의한 환율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기금리 스프레드는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 심도가 얕은 국가에서는 글로벌 리스크 충격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증폭되는 것을 의미한다.
실증분석 결과를 반영해 구조모형 분석을 진행했다. 금융·외환시장 마찰 요인을 가정한 국제통화기금(IMF)의 통합정책체계(IPF)모형을 우리나라 데이터로 추정한 후, 글로벌 리스크 충격이 우리나라의 금융·외환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김 과장은 "그 결과 금융·외환시장의 심도가 얕은 국가는 글로벌 리스크 충격 시 실물 부문이 더 크게 위축됐다"며 "이는 글로벌 리스크 충격이 실물 부문으로 전이되고, 자본유출과 금리 스프레드의 동조성이 커질 경우 그 부정적 영향이 더욱 심화함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조합 효과를 분석한 결과, 통화정책과 외환시장개입 및 거시건전성 정책을 함께 활용한 정책조합이 GDP갭 및 인플레이션갭을 축소해 사회 후생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고장은 "외환시장 개입과 거시건전성 정책이 환율과 금리 스프레드를 낮추고, 이는 GDP갭과 인플레이션갭을 축소해 후생 손실을 18.3% 감소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책조합이 금융·외환시장 마찰을 타깃해 대외 충격에 따른 환율과 금리의 과도한 변동을 완화, 실물경제로의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완충하기 때문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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