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조합 "요구안 거부시 1월 탈퇴"
"환승제도 시행으로 손해 발생하는 구조"
지원에도 한계… 운송원가 현실화 반영해야
마을버스 빠지면 1200원 따로 부담해야
서울 마을버스 업체들이 서울시가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환승체계에서 이탈하겠다고 예고했다. 마을버스가 대중교통 환승체계에서 빠지면, 시민들은 환승 혜택 없이 1200원을 탑승할 때마다 내야 한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22일 오전 영등포구 조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 환승통합 합의서 협약 해지' 공문을 서울시에 발송한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 나선 김용승 조합 이사장은 "2004년 7월 1일 서울시가 대중교통 환승정책을 시행하기 전까지 140개 마을버스 업체는 시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이용객 요금만으로 정상적으로 잘 운영해왔다"며 "그러나 환승제도 시행으로 승객이 지불한 요금 전부를 마을버스 회사가 가져가지 못하고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민영제로 운영 중인 마을버스 운수업체들은 환승체계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승객이 마을버스에서 다른 대중교통으로 갈아타면 마을버스에 정산되는 요금은 676원으로 기본요금(1200원) 대비 승객 1인당 524원의 손실을 본다는 계산이다. 적자 일부를 서울시가 보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환승손실금은 매년 평균 1000억원이 발생했고, 그간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을 상회한다"면서 "그런데도 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자주 운행하라고 주장하면서 마을버스 업계를 사지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시내버스의 할인 손실분은 전액 보전하는 반면 마을버스는 손실분 보전 없이 적자의 일부분만 지원하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앞서 조합은 재정 안정화 차원에서 재정지원 기준액을 버스 1대당 현행 48만6098원에서 50만9720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인건비 산정 기준도 논란이다. 조합은 하루 종일 마을버스를 운영하려면 기사 2.5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서울시는 원가 기준에 2.2명을 반영하고 있다. 시내버스(2.89명)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인건비가 실제보다 과소 산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조합에 따르면 2004년 7월 1일 서울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이 체결한 대중교통 환승 합의서는 그해 12월 31일까지 유효기간을 두고 참여기관의 별다른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 1년간 연장한다고 돼 있다. 협약 체결 이후부터 올해 말까지 자동 연장돼왔으나 이번에는 탈퇴하겠다는 게 마을버스조합의 방침이다. 조합은 서울시에 ▲대중교통 환승 합의서상 운임정산 규정 변경 및 정산 ▲환승손실액에 대한 보전과 방법에 관한 규정 신설 ▲물가와 임금인상률을 반영한 운송원가 현실화를 요구했다.
마을버스가 환승체계에서 탈퇴하면 마을버스 승객은 더는 지하철, 시내버스와의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없다. 환승통합단말기가 아닌 마을버스 전용 카드단말기를 이용해 별도로 마을버스 요금을 납부하게 된다.
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시는 그동안 매년 수백억 원을 써가며 적자 보전을 해온 만큼 이를 전부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시는 마을버스 적자 지원을 위해 2022년 495억원, 2023년 455억원, 2024년 361억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관련 예산을 415억원 책정했다.
특히 운행률과 배차 간격을 제대로 지키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로 나뉘는 만큼 단순히 적자만 보고 지원하는 게 아니라 실적을 기반으로 한 지원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시는 조합이 마을버스 서비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동의할 경우 재정지원 기준액 상향도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문제가 시민의 교통 편익을 직접적으로 해치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노선별 수요에 맞춘 운행 횟수·배차시간 현실화 ▲실제 운행 대수 기준의 보조금 산정 및 운행률 연동 인센티브 도입 ▲운수사별 회계법인 지정 및 정기 점검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출퇴근 시간대 버스 부족을 해소하고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맞춰 마을버스 운송원가를 다시 산정하는 연구용역에도 착수했다. 2년마다 이뤄지는 정례조사지만 조합이 운행 중단과 환승제 탈퇴 가능성까지 예고한 만큼 용역 결과가 내년도 재정지원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용역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을버스의 운송원가를 산정하고 현 재정지원 방식의 타당성, 향후 제도 방향을 분석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일부 해외 도시의 사례도 비교 대상으로 포함됐다.

김용승 서울특별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서울마을버스조합) 이사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마을버스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마을버스 대중교통 환승탈퇴'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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