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후속 협의 다녀온 여한구, 재계 소통 회의
기업들 "전략산업 관세 면제, 별도비자 시급"
'현지 인력 운용·관리'도 새로운 과제로 부상
여한구 "민관 원팀 당부…車 관세 인하 노력"
우리 기업들이 조선·방위산업·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을 우선 대상으로 비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의 비자 문제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H-1B) 신규 발급 수수료를 10만달러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추가 발표하자 민관이 시급한 분야부터 비자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국제통상위원회를 열고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선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관세와 비자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국제통상위원회를 열고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대미 통상 현안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는 미국 정부가 H-1B 비자 발급 비용을 100배 올리겠다고 밝힌 뒤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처음 모인 자리로, 타결되지 않은 관세와 비자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지난 19일 미국에서 후속 협의를 마치고 돌아온 여 본부장은 협상 경과 등을 설명했다. 재계에선 불확실성이 커지는 관세 협상과 비자 문제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여 본부장은 협상 환경이 녹록지 않다면서 민관이 힘을 합쳐 난관을 풀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신속히 낮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 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선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급한 불부터 끄자'라는 요구가 집중됐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등 대미 투자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서라도 조선·방산 등 전략산업의 관세 면제, 반도체를 비롯한 품목관세 영향 최소화 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는 "미국 내 공급망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전략산업은 그 공백을 국내 공급망이 보완해야 하는 만큼 관세 유예나 면제가 시급하다"며 "품목별 관세까지 확대되면 제조원가 상승과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건의했다.
인력·비자 문제도 언급됐다.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로 비자 문제가 불거진 뒤 미국 정부는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신규 발급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에서 100배에 달하는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규 공장이나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면 한국에서 필수 인력들이 나가야 하는데, 건당 억원대 수수료를 부담하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제조업 부흥은 미국의 목표인데 그 과정에서의 부담을 우리 기업들이 지는 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할 경우 초기 운영 인력이 다수 필요하지만 신속 발급이 가능한 전자여행허가(ESTA)나 B-1 비자는 현지 근무가 불가능하다"며 "마스가 프로젝트 등 전문 인력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별도 비자를 신설하고 쿼터 확대, 발급 절차 단축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보탰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이어가는 한편, 수출 시장 다변화 등 '경제안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비자 문제로 현지 인력 관리에도 새로운 과제가 부여된 만큼 향후 정부와 재계가 미국 현지 인력들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댈 것으로 전해졌다.
이계인 대한상의 국제통상위원장(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은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 근로자 비자 문제와 같이 예기치 못한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어 기업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리스크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정부의 든든한 지원에서 나오는 만큼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김동욱 삼성전자 부사장, 염성진 SK수펙스 부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하태석 LG 전무, 신성주 롯데 상무, 김선 한화 부사장, 최누리 GS 부사장, 류근찬 HD현대 부사장, 엄재동 대한항공 부사장, 조영석 CJ 부사장, 김성태 두산경영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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