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풍경 담아낸 '케데헌' 성공
상업 넘어 주류 문화 안착하길
"한국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고증을 철저히 하고 거기에 진정성까지 담았습니다. 제작팀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술도 많이 마셔보고, 남산타워 등 곳곳을 다녔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열풍을 일으킨 매기 강 감독이 최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플릭스 크리에이티브 아시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밝힌 소감이다. '케데헌'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각인시킨 배경에는 거창한 무엇이 있기보다, 그저 우리 일상의 사소한 것이 힘이 됐다는 설명으로 들렸다. 강 감독은 남산타워 등 영화에 등장한 배경을 준비하기 위해 찍었던 사진들을 공개하며 "현대적인 풍경은 어디나 비슷할 수 있어 고유의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때마침 경상북도 김천에서는 김밥축제가 열린다. 올해 2회째인데 벌써 외국인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김밥을 썰어 내놓을지(예전처럼), 통째로 내놓을지(영화에서처럼) 고민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케데헌이 인기를 얻으면서 글로벌 MZ세대 사이에서 '김밥 한입'은 챌린지이자 'K-푸드 밈'으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에는 'kimbap', 'gimbap' 해시태그가 총 65만건 이상 등록됐다고 한다. 단순히 영화 속 한 장면을 따라 해보는 체험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문화'로 수용되면서 지역경제까지 파급력이 생긴 것이다.
케데헌의 성공에는 '한국의 것'을 허투루 담지 않겠다는 노력과 소재·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고스란히 강조된다. 이민 2세대인 강 감독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해외에 살면서 느낀 불안감을 보편적 서사로 풀어냈다. 누구나 '내가 잘하고 있나' 고민하면서 살고 있어, 사람마다 처한 사정은 조금 다를지언정 보편적 서사에는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다고 강 감독은 설명했다.
이제 많은 사람이 케데헌 속편을 궁금해하고 기다리고 있다. 다만 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감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 문화를 담아내는 새로운 영역 개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강 감독에게 전한다. 강 감독이 케데헌의 셀링 포인트로 꼽은 'K-팝'의 인기는 '한류'라는 거대한 물결을 만들었고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진화했다. 한국적인 소재·감성이 진부한 '오리엔탈리즘'을 넘어 문화적 주류(主流)로 세계인들에게 정착하기 위한 다양한 소재 발굴도 기대한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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