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중앙대·한양대 등 3개 대학서
최근 5년간 전임교수 99명 이직
11명→31명으로 해마다 늘어
교수 '대학 엑소더스', 이공계 현상만 아냐
이공계서 36명 떠날 때 인문사회 33명 이탈
"지방교수는 서울로, 서울교수는 기업·해외로"
도미노식 인재 유출 막을 유인책 필요
"더 좋은 기회 찾아 해외로 떠난다는 인재를 '애국심'에만 호소해 잡을 순 없지 않습니까."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몇 배 차이 나는 보수, 충분한 연구 지원, 자녀가 있는 경우 어학 교육까지 해결되는 해외 취업 기회를 버리고 국내에 머무르게 할 유인책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인재의 해외 이탈 문제는 처우 개선뿐 아니라 제한된 연구환경과 권위적인 학내 문화, 불확실한 취업환경 등 종합적인 것을 봐야 한다"면서 "인재 이탈을 막으려면 학위 취득 후 교수·연구원 등으로 취업할 수 있는 자리가 충분해야 하고, 대학 재정을 확대해 학자들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국립대 교수는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인재에 대한 대우가 박하다"며 "과거에는 명예를 우선시했기 때문에 낮은 연봉에도 인재들이 머물러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의 커리어와 보수를 따지는 시대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제안이 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대학을 떠나는 교수들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대에서 학교를 떠난 전임교원은 총 17명이었다. 전임교원은 정교수·부교수·조교수 등 전임직으로 임용된 교수를 의미한다. 국내 최고 대학에서 승진과 정년 등이 보장되지만, 해외 대학이나 기업 등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대뿐 아니라 서울의 주요 대학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이직한 교수 규모는 훨씬 크다. 김 의원실이 자료를 받은 서울대·중앙대·한양대 등 3개 대학의 교수 이직 현황을 보면 이들 대학에서 최근 5년간 99명의 교수가 이직했다.
연도별로는 교수들의 이직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11명에 불과했지만 2022년 17명, 2023년 25명, 지난해 31명 등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는 8월 말 기준으로 15명이었다.
교수들의 '엑소더스' 현상은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구분이 없었다. 계열별로 보면 이공계(공학·자연과학)에서 총 36명이 교정을 떠나는 동안 인문사회계열에서도 33명의 교수가 이직했다. 의학계열에서는 23명, 예체능에서는 7명의 교수가 학교를 떠났다. 계열을 막론하고 교수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열악한 처우와 연구 환경, 변화된 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경호 국립공주대 총장(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은 "과거에는 후학 양성, 사회적 위상, 직업의 안정성 등의 이유로 보수는 적지만 사명감이 컸다"며 "그러나 처우 측면에서 기업과 괴리가 매우 커지면서 이제는 떠나겠다는 인재를 대학에 묶어놓을 유인책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임 총장은 "특히 국립대는 공무원 봉급 체계라서 실력이 있다고 해도 인센티브를 더 높여줄 수 없다"면서 "지방 대학의 교수는 서울권으로, 서울권은 기업이나 해외로 떠난다"고 설명했다.
도미노식 인재 유출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최근 국정과제에 '국가석좌교수제도'를 신설해 국·공·사립대에서 정년 제한(65세)에 예외를 두는 것을 인정하고 최고 수준의 연구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 총장은 "실력 있는 인재를 붙잡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정책 변화가 인재 유출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과학기술인재 유출 방지와 유치를 위한 범정부 민관 협력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국내 과학기술 인재의 유출을 막고, 해외에서 연구하는 국내외 인재를 유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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