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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울고 싶은 기업 뺨 때려주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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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울고 싶은 기업 뺨 때려주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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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들어 자신들이 추진하다 발목 잡혔다고 여겨지는 법과 정책들을 강행 처리하고 있다. 상법,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가상자산규제법뿐 아니라 법인세, 상속세 등이 재계가 원하는 방향하고는 거리가 멀다.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일인지 두고 볼 일이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기업이 잘돼야 한다고 하고, 기업인들을 만나고, 대미 협상에 재벌들의 힘을 빌리고 있는데 입법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업을 접고 싶을 정도다. 최근에는 고용유연성도 없는 상황에서 청년 고용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니 당부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대통령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앞다투어 고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기업들은 할 수만 있다면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나라를 찾아가고 싶을 듯하다.

통계상으로도 기업이나 자산가들의 이탈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현대차, 삼성전자, 한화 등이 동원돼 막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각 기업의 직접 투자 외에 협상의 대가로 3500억달러 규모의 펀드 형태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 중 1500달러는 조선업 협력펀드로 선박 건조, 유지보수, 기자재 등에 투자될 예정이고, 나머지 2000억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펀드라고 한다. 이 외에도 에너지 관련 제품 1000억달러 구매 약속이 포함돼 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기업으로서는 속셈(hidden agenda)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경제를 살리고 미국민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관세를 무기로 미국 내 직접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결국 이에 굴해 정부가 기업을 이끌고 조공을 바치듯 수천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한 셈이다.


노조와의 갈등과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기업 환경으로 국내 사업장을 접고 외국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제철이다. 중국산 철강의 국내 유입,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영업이익이 막대하게 줄고 있는데 반해 노사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직장 폐쇄까지 결정한 바 있다.

한편으로 자동차, 조선 등의 미국 시장 확대에 발맞추어 미국에 2조원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했던 기업들이 되돌아올 수 있는(re-shoring) 환경을 만들고 유인책을 써도 부족할 판에 관세 협상이 이유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막대한 규모의 대미 투자를 유도하고 있으니 자본과 노동 시장의 대미(해외)이전이 가속화할 것이다.


국내 투자가 준다는 것은 국내 생산활동이 둔화하고 일자리가 줄어들어 노동자(국민)들의 삶이 점점 팍팍해지고 국내 경기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관세 협상을 잘 마무리 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해 최종 서명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듯하다. 협상의 후유증이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없다.


사실 기업으로서는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곳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국내에만 머물러야 할 이유도 없다. 국내 사업장을 접고 해외(미국)로 이전하고 싶은데 정부가 나서서 국내에서 벌어질 저항과 비난을 막아준 셈이다. 그러니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는 꼴이라는 말이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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