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포함 전 연령 '자율 접종'으로 전환
보건계 "공중 보건에 심각한 혼란 초래 우려"
미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백신 지침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더 이상 누구에게도 접종을 권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따라 접종 여부는 각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의료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라는 새로운 권고안이 마련됐다.
자문위는 해당 권고안을 투표로 확정하면서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을 지닌 기존의 '우선 접종' 대상자들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미국 내 기존 코로나19 예방접종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다.
자문위는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정부 안내문에도 백신의 잠재적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보다 명확히 담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접종을 의무화하거나 처방전을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안건은 과반의 반대 속에 채택되지 않았다.
이번 권고안은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케네디 장관은 지난 6월, 기존 예방접종자문위원을 전원 해임하고 자신과 입장을 같이하는 인물들로 새롭게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CDC의 오랜 지침들이 잇따라 재검토되고 있다.
실제로 전날에는 4세 미만 유아에게 기존 MMRV 혼합백신(홍역·볼거리·풍진·수두)을 접종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각 백신을 개별적으로 맞도록 하는 권고안도 통과됐다. 이 같은 변화는 백신 접근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권고안이 CDC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CDC의 기존 방침은 코로나19 백신을 독감 백신처럼 정기적으로 접종할 것을 권장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수십억 건의 접종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의료계의 공감대에 기반한 것이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대중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백신교육센터의 폴 오핏 소장은 "백신 접종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고위험군에게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소아과학회의 숀 오리어리 감염병위원장은 자문위 토론 과정에서 백신 불신을 조장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비판하며, "이는 곧바로 어린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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