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수 마포구청장 참석해 실향민 위로
서울 도심 한복판, 한강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섬 ‘밤섬’. 철새들의 쉼터이자 생태 보존의 상징으로 알려진 이곳은 동시에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의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20일 오전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열린 ‘2025년 밤섬 실향민 귀향제’는 그 기억과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고향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삶을 이어온 실향민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번 행사가 따뜻한 위로가 되고, 밤섬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밤섬은 마포구 합정동과 여의도 사이에 위치한 면적 0.25㎢의 작은 섬이다. 1968년 여의도 개발과 홍수 통제를 이유로 섬이 폭파되면서 62가구 443명의 주민이 강제로 이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모래와 흙이 쌓이고 버드나무, 갈대가 뿌리를 내리면서 밤섬은 뜻밖의 변화를 맞았다.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262호로 지정돼 흰죽지, 청둥오리, 고니류 등 수십 종의 철새가 찾는 생태의 보고로 거듭났다. 도심 속에서 자연이 스스로 회복한 상징적인 사례다.
밤섬 실향민 귀향제는 고향을 잃은 주민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2001년부터 매년 추석을 앞두고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박 구청장을 비롯해 실향민과 지역 주민 70여 명이 참석했다. 분향과 헌작으로 이뤄진 ‘귀향제’와 함께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5호 ‘밤섬 도당굿’이 진행돼 실향민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의미 깊은 시간이 됐다.
밤섬은 오늘날 일반인 출입이 철저히 금지된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이다. 다만 양화대교와 마포대교, 여의도 한강공원 등에서 조망할 수 있어 겨울철이면 수천 마리 철새들의 군무를 관찰하려는 시민과 사진가들로 붐빈다.
실향민들에게 밤섬은 단순한 생태섬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자 잃어버린 고향이다. 철새들의 낙원으로 재탄생한 밤섬은 동시에 주민들의 기억과 전통을 간직한 ‘역사의 섬’이기도 하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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