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롯데콘서트홀…2001년 이후 첫 독주회
슈만·브람스로 시작해 드뷔시·프로코피예프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방랑자' 음반을 발매한 2020년 4월 서면 인터뷰에서 공연이 없어진 코로나19 기간에 에밀 길레스와 예핌 브론프만의 연주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2019년 12월 뉴욕에서 관람한 브론프만과 뉴욕필하모닉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연주가 정말 좋았다고도 했다.
거장 피아니스트 브론프만은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그는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독주회를 한다. 브론프만은 2023년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내한해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는 등 협연 무대는 종종 선보였지만 독주회는 2001년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클래식 전문 웹사이트 바흐트랙이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연주자 순위에서 매년 상위권에 들면서도 유독 그의 내한 독주회는 보기 힘들었다.
"한국 청중은 집중력 있고 열정적"
브론프만은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24년 만의 내한 독주회를 앞둔 소감이 "정말 감동적"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독주회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동안 한국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더 깊어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브론프만은 "오랜 세월 만나지 못했지만 다시 만나자마자 곧바로 이어지는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하다"며 "한국의 청중은 집중력 있고 열정적"이라고 했다. 한국 연주자들에 대한 생각도 남겼다. 브론프만은 "탁월한 기교와 음악적 감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며 "매번 한국에서 연주할 때마다 큰 감명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연주자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예술에 대한 진지한 태도, 깊은 존중, 감정에 대한 열린 태도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브론프만은 1부 무대에서 슈만의 '아라베스크'와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2부 무대에서는 드뷔시의 '영상 2권'과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7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슈만과 브람스의 특별한 관계는 잘 알려져 있다. 브람스를 유명 평론지에 소개하며 브람스가 위대한 음악가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인물이 브람스보다 23살 많은 슈만이었다. 브론프만은 "슈만과 브람스의 음악은 서로 다르지만 동시에 깊이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브론프만은 2부 연주곡에 대해서는 "드뷔시 같은 작곡가에게서 시작된 근대성의 목소리가 어떻게 발전하며 프로코피예프와 같은 작곡가에게 영향을 줬는지가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드뷔시에서 프로코피예프 '음향적 충격파' 느낄 수도"
마지막 연주곡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7번은 그의 전쟁 소나타 세 곡(6~8번) 중 가장 격렬하고 유명한 곡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완성됐으며 암울하고 폭력적인 전쟁의 분위기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강렬한 투쟁 의지를 담고 있다. 바로 앞에 연주될, 섬세하고 신비로운 드뷔시의 영상 2권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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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프만은 "드뷔시의 음악은 섬세하게 변화하는 빛의 세계와 같고, 프로코피예프의 7번 소나타는 전쟁 시기의 폭발적인 강렬함을 지니고 있다"며 "드뷔시에 이어 프로코피예프가 연주될 때 음향적 충격파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브론프만은 1958년 구소련 타슈켄트에서 태어났지만 1989년 미국 시민권을 얻은 이스라엘계 미국인 피아니스트다. 일곱 살 때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고 1975년 주빈 메타가 지휘한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브론프만은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해 피아노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삶의 어려운 순간마다 자신을 일으켜준 대상은 음악이었다며 "피아노와 내가 사랑하는 작품들로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했다.
브론프만은 피아니스트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악보에 대한 정직함, 작곡가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음악 속 더 깊은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음악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해, 진솔하게 음악의 진실을 청중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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