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촉구도 文 "김정은-트럼프, 다시만나길"
정동영 "연내 복원 추진…정부 협의"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 7주년 기념식이 19일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개최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새 정부 대북정책과 관련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이라며 "이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정부 한반도평화 계승발전 협의회, 경기도, 통일부는 이날 경기 파주 캠프 그리브스에서 9·19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 7주년 기념식 및 2025 한반도평화주간 개막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엔 문재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동영 통일부장관, 문희상 전 국회의장, 임동원·정세현·이재정·김연철 전 장관 등 민주당계 주요 전·현직 인사들이 참석했다.
우 의장은 최근 중국 전승절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짧은 인사를 나눈 후 향후 남북관계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것이 곧 불가능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문 전 대통령이 용기와 인내로 대화의 문을 열고 9·19 합의란 결실을 만들어낸 것처럼, 우리도 포기하지 않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정청래 대표도 "9·19군사합의는 어떤 합의보다 빨리 복원되고 다시 실천되어야 할 합의"라면서 "민주당도 당력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진 기념사를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은 모든 평화 프로세스의 전제조건으로, 북미 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면서 "남북한 사이에 당장 전방위적인 대화 재개가 어렵다면, 먼저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부터 논의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북미 양자에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연내 만나고 싶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대화 의지를 환영하며 이른 시일 내 성사되길 바란다. 지금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에 대한 의지와 리더십을 전 세계에 보여줄 때"라면서 "두 지도자가 다시 만나 그때 못한 평화의 결실을 맺을 때"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아울러 김 위원장을 향해서도 "김 위원장의 결단이 지금 이 시기에도 평화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며 "용기 있는 결단을 다시 한번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 앞서선 역대 민주당계 정부에서 통일정책을 주도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김대중 정부),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노무현 정부),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문재인 정부), 정동영 장관(이재명 정부) 등 민주당계 정권의 주요 대북정책 입안자들이 모여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남북관계 개선이 단시일 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적어도 올해가 넘어가기 전에는 9·19 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정부 내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이후 남북관계를 단절한 데 대해 "문재인 정부 시절엔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를 견인했다면, 지금의 대내외 환경을 보면 선(先) 북미대화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본다"면서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공개·비공개 회동을 통틀어 '김정은'이 스무 번 넘게 호명된 상황인데, 우리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한 한 빨리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최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장관은 또 북한이 남북관계를 '교전 상태에 있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정의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원효대사의 '불일불이(不一不二·하나도 둘도 아니다)'를 거론하면서 "어떻게든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바꿔내는 것이 정부의 과제"라고 짚었다.
정동영 장관은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과정과 관련 "12·3 비상계엄 및 쿠데타 준비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이라고 본다"면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내년 한미연합연습의 축소를 거론했다. 그는 "내년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느냐, 소규모로 하느냐, 윤석열 정부 시절만큼 세게 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 시간이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민출신 안규백 국방부장관과 관련해 "조금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정동영 장관이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해서, 국방부장관이 (군의 앞에 서는) 페이스메이커가 되로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또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면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협상의 목적이) 비핵화인지, 핵동결인지 설득하고 (북에 제시할) 반대급부를 확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미 간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훈 전 원장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에서 한미연합연습을 거론한 사례를 들면서 "(한미군사훈련은) 중요한 걸림돌이지만 넘지 못할 걸림돌은 아니다. 지금은 새 정부가 이 문제를 포함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숙고하고 준비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념 오찬엔 초계무침, 모듬순대, 함경도 가자미 식혜, 평양 오복쟁반, DMZ 쌀로 만든 해주비빔밥, 토장국, 개성주, 한과 등의 요리가, 건배주로는 파주개성인삼막걸리와 면천두견주가 제공됐다. 면천두견주는 2018년 평양공동선언 당시 우리 측이 선정한 대표 만찬주다. 정동영 장관은 이날 오찬 건배사에서 "9·19의 부활을 위하여"를 외치기도 했다.
경기(파주)=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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