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방대하고 피해자 다수…'유사수신 사건' 수사기관이 꺼려
계좌추적 압수수색 반복
이른바 '노가다' 사건 취급
수사권 조정 후 더욱 늦어져
중수청 출범 후 공소유지까지
인력 등 난맥상 우려
유사수신·다단계 사기 등 대규모 조직사기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수사기관이 꺼리는 사건으로 꼽힌다. 계좌추적부터 피의자 조사까지 수사량이 방대해 이른바 '노가다(막일) 사건'으로 취급돼서다. 수백·수천 명 피해자를 일일이 조사하고 압수수색을 반복해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조차 가르기 어려워 착수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2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유사수신·다단계 사기 사건은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 3071건, 2023년 3335건, 2024년 3727건으로 계속 늘었다. 그러나 종국처분율(구공판·구약식·불기소)은 20~30%대에 머물러 수사가 장기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중 피해 범죄는 전국 단위로 장기간 조직적 범행이 이어지다 피해가 확산된 시점에서야 수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증거 수집이 쉽지 않고 기록도 방대하다. 그사이 범죄조직은 피해 재산을 세탁·은닉하고, 피해자는 피해 복구가 점점 어려워진다.
수사권 조정 이후 이런 사건의 1차 수사는 경찰로 집중됐지만 전문 인력과 평가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변호사는 "경찰은 법조인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범죄 등 복잡한 법률 쟁점이 많은 사건을 힘겨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이 지연된다는 원성이 큰데, 앞으로는 그 공백이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유사수신 행위가 성립한다는 걸 입증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고 규모가 큰 경우 계좌 추적부터 압수수색, 자금 흐름 등까지 모두 확인해야 해 상당히 어려운 사건"이라며 "주범을 구속해도 그 뒤 공범 수사까지 완결하려면 엄청난 품이 들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늘 뒷순위로 밀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경제범죄는 경찰에서 수사가 제대로 안 될 확률이 높고, 사건 적체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가기를 꺼리는 분위기여서 공범이 많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인 유사수신 사건의 공소 유지에도 적잖은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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