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협의회, 서울 90개 시장·유통업체 조사
지난해보다 0.4% 상승
참조기 31.1% 급등…오름세 견인
소고기 일부 부위, 백화점보다 마트가 비싸기도
올해 추석 연휴를 20일가량 남겨두고 제수용품 물가가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상승 폭이 컸던 채소와 나물, 과일 등의 가격이 하락했으나 소고기와 참조기 등 일부 축산물과 수산물 시세가 뛰면서 평균값을 끌어올렸다.
20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센터가 지난 15~16일 추석 제수용품 24개 품목에 대한 1차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 용품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4인 기준 평균 33만36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추석을 3주가량 앞두고 시행한 조사 때보다 평균 가격이 0.4% 상승한 것이다.
조사는 서울 25개 구의 전통시장과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일반 슈퍼마켓 등 90곳에서 취급하는 추석 제사용품 24개 품목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품목 중 14개(약 58.3%)가 전년 대비 가격이 올랐다. 품목군별로는 수산물류(11.6%)와 기타식품류(11.0%)가 상승했고 축산물류(7.7%)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뛰었다. 수산물은 명태살이 전년 대비 1.6% 소폭 하락했으나, 참조기가 31.1% 급등하며 전체 상승률을 이끌었다. 기타식품류에서는 송편(14.2%), 약과(7.1%), 유과(6.4%)가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채소·임산물류와 과일류는 전년 대비 각각 16.0%와 4.2% 하락했다. 특히 밤(-24.8%), 시금치(-23.0%), 대추(-15.9%) 등의 하락 폭이 컸다. 과일류에서는 배 시세가 전년 대비 19.5% 떨어졌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상 기후로 채소·임산물과 과일 가격에 대한 우려가 높았으나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면서도 "소비 비중이 큰 수산물과 축산물 가격이 여전히 높아,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유통업태별로 차례상을 꾸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백화점이 43만1243원으로 가장 높았고, 대형마트 30만1414원, SSM 28만8404원, 일반슈퍼 23만3789원, 전통시장 22만470원 등의 순이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계란(일반란) 등 축산물은 모든 유통채널에서 취급하는 가격이 지난해 추석보다 올랐다. 백화점의 상승 폭이 17.2%로 가장 높았고 전통시장(11.4%), 대형마트(9.3%), SSM(6.5%), 일반슈퍼(2.7%) 순이었다. 협의회는 대형마트의 지난해 축산물 가격이 전년 대비 13.5%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가까이 증가한 점과 일부 부위별 가격이 백화점이나 다른 판매 채널보다 높다는 점에 특별히 주목했다. 대표적으로 산적용·일반육 소고기의 대형마트 가격은 5만9732원으로 백화점(5만4012원)보다 5720원 비쌌다. 또 탕국용·양지 소고기는 대형마트 판매 가격(5만3223원)이 전통시장(3만2613원)보다 1.6배 높았다.
협의회 측은 "정부가 추석 민생안정대책으로 도축·출하 확대와 할인지원을 추진하고, 축산물에 대한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도 매년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형마트가 실제로는 가격을 높게 책정한 뒤 큰 폭의 할인을 적용해 소비자들이 마치 저렴하게 구매하고 있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통업체는 일시적인 이벤트성 가격 인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적정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부담 완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안정화된 시장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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